본문 바로가기
2013.04.19 13:51

새 학기 단상

조회 수 257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새 학기 단상

새 책, 학용품, 책가방, 연필깎이, 새 벗, 반 편성, 담임선생님…. ‘새 학기’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 피디(PD)와 기자 몇 명에게 물으니 돌아온 답이다. 내 기억도 그랬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면 한 학기 동안 쓸 공책, 연필 따위를 사러 형제들과 함께 시내에 있는 큰 문구점에 가곤 했으니까. 책 크기에 맞춰 마름질한 알록달록 예쁜 포장지와 비닐로 국어책·지리부도 등을 싸며 맡았던 새 책 냄새, 사이좋은 벗들과 한 반이 되기를 바랐던 마음, 피구 경기에서 진 우리들을 위로하다 눈물로 아쉬움을 털어냈던 선생님이 다시 우리 담임이 되기를 바랐던 마음. 이런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려보니 새 학기를 맞던 때의 설렘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대학에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강의실은 초롱초롱한 학생들의 눈망울로 밝게 빛났다. 강의 개요, 평가 방법, 과제에 대한 설명 가운데 학생들이 귀를 쫑긋 세우는 대목은 ‘평가 기준’이다. 학점은 이른바 ‘스펙’의 기본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 열심히 공부해도 누구는 ‘에이뿔’(A+)을 받고 어떤 이는 최저 학점을 받아야 하는 상대평가 과목일 때는 더욱 그렇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모인 대학 강의실에서도 ‘공부 더 잘하는 학생’을 가려야 하는 것이다.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다.(표준국어대사전) 사전 뜻풀이 아래 예문을 보니 ‘공부를 잘하다(못하다)’는 표현이 편치 않게 다가온다. 놀랄 만한 보람을 얻은 학생에게 부득이 낮은 점수를 줘야 하는 일을 겪은 뒤부터의 일이다. 공부 잘해도 성적(학생들이 배운 지식, 기능, 태도 따위를 평가한 결과)이 낮은 학생은 있기 마련이다. 수학은 못해도 국어를 잘하는 학생, 과학 점수는 낮아도 음악 재능이 뛰어난 학생을 두고 뭉뚱그려 ‘공부 못한다’ 하는 것은 그래서 내키지 않는다. 앞으로 ‘공부 못한다’ 할 자리에 ‘성적이 안 좋다’ 하는 게 어떨까.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9393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0844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0May
    by 風文
    2020/05/10 by 風文
    Views 1649 

    풋 / ‘열’(10) ①, ‘열’(10) ②

  5. No Image 09May
    by 風文
    2020/05/09 by 風文
    Views 1510 

    백열 / 풋닭곰

  6. No Image 08May
    by 風文
    2020/05/08 by 風文
    Views 1542 

    표준발음, 구명동의

  7. No Image 07May
    by 風文
    2020/05/07 by 風文
    Views 1476 

    위탁모, 땅거미

  8. No Image 06May
    by 風文
    2020/05/06 by 風文
    Views 1868 

    ‘엘씨디로’ / 각출-갹출

  9. No Image 05May
    by 風文
    2020/05/05 by 風文
    Views 663 

    아무 - 누구

  10. No Image 03May
    by 風文
    2020/05/03 by 風文
    Views 926 

    뒷담화

  11. No Image 02May
    by 風文
    2020/05/02 by 風文
    Views 1294 

    살인 진드기

  12. No Image 01May
    by 風文
    2020/05/01 by 風文
    Views 846 

    배뱅잇굿

  13. No Image 29Apr
    by 風文
    2020/04/29 by 風文
    Views 1307 

    지슬

  14. No Image 28Apr
    by 風文
    2020/04/28 by 風文
    Views 1311 

    벌금 50위안

  15. No Image 30Dec
    by 風文
    2014/12/30 by 風文
    Views 24211 

    간판 문맹

  16. No Image 29Dec
    by 風文
    2014/12/29 by 風文
    Views 24059 

    레스쿨제라블, 나발질

  17. No Image 05Dec
    by 風文
    2014/12/05 by 風文
    Views 24685 

    휘거

  18. No Image 13May
    by 윤안젤로
    2013/05/13 by 윤안젤로
    Views 27711 

    CCTV

  19. No Image 19Apr
    by 윤안젤로
    2013/04/19 by 윤안젤로
    Views 25752 

    새 학기 단상

  20. No Image 03Apr
    by 윤안젤로
    2013/04/03 by 윤안젤로
    Views 24056 

    나, 본인, 저

  21. No Image 28Mar
    by 윤안젤로
    2013/03/28 by 윤안젤로
    Views 19634 

    목로주점을 추억하며

  22. No Image 27Mar
    by 윤안젤로
    2013/03/27 by 윤안젤로
    Views 19728 

    봄날은 온다

  23. No Image 18Mar
    by 윤안젤로
    2013/03/18 by 윤안젤로
    Views 20590 

    잔떨림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