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3.16 07:24

혼신을 쏟다

조회 수 7895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혼신을 쏟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매미 소리가 방 안 가득히 들어찬다. 시원하다. 도시에서는 시끄럽다고 가끔 비난받기도 하지만 이 소리가 없는 여름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도시에서 흔히 만나는 녀석은 말매미와 참매미다. '쌔-'하고 단조로운 소리를 내는 놈이 말매미고 '맴맴맴-맹'하고 길게 뽑는 놈이 참매미다. 매미들은 애벌레기를 땅속에서 보낸다. 암컷이 여름에 나뭇가지에 산란하면 알은 다음해 봄에 깨어난다. 애벌레는 나무 구멍에서 나와 허물을 벗고 땅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부드러운 곳을 골라 파고들어간다. 나무뿌리가 있는 곳에 자리 잡은 녀석은 수액을 먹으며 살아간다. 참매미의 경우 5년을 땅속에서 견디고, 알에서부터 따지면 7년째 되는 해에 단단한 땅을 수액으로 부드럽게 만들어가며 파고 올라와 어른벌레가 된다. 이렇게 어렵게 어른벌레가 돼도 겨우 2주 정도 살 수 있을 뿐이다. 그 기간에 짝을 만나 다음 세대를 기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니 온몸을 바쳐 구애의 노래를 할 수밖에 없다. 매미만큼 절박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인간들도 가끔 온몸을 던진다.

선거철이면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각 당 대표들은 혼신을 쏟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와 같은 글을 볼 수 있다. 이때의 혼신(渾身)이 바로 '온몸'이란 뜻이다. 그러면 '혼신을 쏟다'라는 게 바른 표현일까. 비유라 하더라도 온몸을 던질 수야 있겠지만 온몸을 쏟을 수는 없다. 이때는 '혼신의 힘을 쏟다' '혼신의 힘을 다하다'라고 쓰는 게 더 정확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958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10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0980
3392 불교, 경계를 넘다, 동서남북 風文 2022.08.15 1241
3391 내색 風文 2023.11.24 1252
339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1253
3389 부사, 문득 風文 2023.11.16 1254
3388 편견의 어휘 風文 2021.09.15 1259
3387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風文 2022.08.16 1266
3386 영어 절대평가 風文 2022.05.17 1272
338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風文 2022.05.23 1273
3384 여보세요? 風文 2023.12.22 1274
3383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風文 2022.10.07 1279
3382 고양이 살해, 최순실의 옥중수기 風文 2022.08.18 1286
3381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1288
3380 댄싱 나인 시즌 스리 風文 2023.04.21 1289
3379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1294
337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자네 복싱 좋아하나? 風文 2022.02.10 1297
3377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風文 2022.08.04 1297
3376 언어와 인권 風文 2021.10.28 1300
3375 옹알이 風文 2021.09.03 1304
3374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1304
3373 안녕히, ‘~고 말했다’ 風文 2022.10.11 1305
3372 24시 / 지지지난 風文 2020.05.16 1309
3371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31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