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3.07 00:50

피랍되다

조회 수 9376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피랍되다

우리는 매우 많은 한자말을 쓴다. 그러나 한자말이라고 해서 반드시 한자로 적을 필요는 없다.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이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한자병용을 주장하는 이들일지라도 ‘학교, 비행기, 세탁소, 미장원, 극장’ 같은 낱말까지 꼭 한자로 적어야 한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자말 중에는 한문 어순으로 된 말이 있다. ‘살인’(殺人) 같은 말이다. ‘살’이 동사이고 ‘인’이 목적어다. 우리말과는 어순이 다르다.

“북한 선원들이 탄 선박이 피랍된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 선원들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사건을 다룬 신문기사의 한 구절이다. 기사에 쓰인 ‘피랍’(被拉)도 한문 어순으로 된 낱말이다. ‘납치되다’라는 뜻의 피동어로서 역시 우리말과는 어순이 다르다. ‘피랍’ 자체가 피동어인데, 거기에 ‘되다’라는 피동접미사를 붙이면 이중피동이 된다. 이중피동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방사선에 피폭되다”와 같은 말은 이중피동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이중피동을 쓰는 것이 편하다. 이중피동을 피한답시고 ‘피랍된’을 ‘피랍한’으로 하면 우리의 일상 언어생활과 동떨어진다. 그러나 ‘피랍된’도 아니고 ‘피랍한’도 아닌 ‘납치된’이라는 좋은 말이 있다. ‘납치된’이라고 하면 눈에도, 귀에도 훨씬 빨리 들어온다. 다만 제목에 쓸 때는 접미사를 빼버리고 ‘피랍’으로 써야 하는데, 이때 ‘납치’를 쓰면 주객이 바뀌어 버린다. 그러나 이때도 한 글자만 더 붙여 ‘납치돼’로 하면 해결된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05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55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488
3238 대원군 바람의종 2007.06.24 8917
3237 대책 바람의종 2007.06.25 6400
3236 대처승 바람의종 2007.06.25 9654
3235 도락 바람의종 2007.06.26 7424
3234 도구 바람의종 2007.06.26 5780
3233 도량 바람의종 2007.06.27 6864
3232 도탄 바람의종 2007.06.27 5486
3231 동기간 바람의종 2007.06.28 7678
3230 동냥 바람의종 2007.06.28 9710
3229 등용문 바람의종 2007.06.30 6873
3228 막론 바람의종 2007.06.30 6296
3227 말세 바람의종 2007.07.01 8648
3226 면목 바람의종 2007.07.01 8069
3225 명일 바람의종 2007.07.02 11207
3224 모리배 바람의종 2007.07.02 16495
3223 모순 바람의종 2007.07.03 5764
3222 목적 바람의종 2007.07.03 6930
3221 무녀리 바람의종 2007.07.04 9083
3220 무진장 바람의종 2007.07.04 7338
3219 문외한 바람의종 2007.07.05 8716
3218 미망인 바람의종 2007.07.05 6100
3217 미인계 바람의종 2007.07.06 711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