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1.19 05:19

커브길

조회 수 8310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커브길

올해도 국민과 재외동포 대부분이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을 풍요롭게 즐기셨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명절에는 오랜만에 그동안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 친지를 만나러 가기 때문에 끝없는 자동차 행렬로 막히는 길이 평소와는 달리 그리 짜증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곧게 뻗었으나 단조로운 길이 있는가 하면, 간간이 들꽃이 핀 길섶이 있어서 정겨운 시골길도 있다. 곧게 가다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휘어진 길을 외래어로 ‘커브’(curve) 또는 ‘커브길’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카브(길)’라고 발음하기도 하였는데 이 영어의 일본말 ‘가부’(カ-ブ)의 영향인 듯하다. ‘굽잇길’이라는 우리말이 있으나 사전에만 올라 있을 뿐 아직 입말로는 정착되지 않은 듯하다. 어떤 지역에서는 ‘카돗길’이라고 한다. ‘카브’의 ‘브’ 대신에 ‘도’(道)가 들어가고 거기에다가 ‘길’이 덧붙은 형태이다. ‘역전앞’처럼 같은 말이 두 번 들어간 경우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고바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경사, 기울기, 비탈’이라는 뜻의 일본말 ‘고바이’(こうばい, 勾配)이므로 원래의 뜻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고갯길과 같은 경사진 길이 똑바르지 않고 대개 휘기 때문에 이렇게 와전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고바이’ 대신에 ‘고바위’로 말하는 지역이나 개인이 있는데, 이는 ‘높을 고’(高)에 ‘바위’가 연결된 것으로 생각해서인 듯하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32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80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771
3128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風文 2022.06.30 1401
3127 올가을 첫눈 / 김치 風文 2020.05.20 1405
3126 괄호, 소리 없는, 반격의 꿔바로우 風文 2022.08.03 1406
3125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風文 2022.09.03 1406
3124 개양귀비 風文 2023.04.25 1406
3123 벌금 50위안 風文 2020.04.28 1408
3122 ‘개덥다’고? 風文 2023.11.24 1408
3121 웰다잉 -> 품위사 風文 2023.09.02 1409
3120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風文 2023.10.18 1419
3119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424
3118 정치의 유목화 風文 2022.01.29 1429
3117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風文 2022.10.12 1429
3116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風文 2022.09.23 1431
3115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434
3114 4·3과 제주어, 허버허버 風文 2022.09.15 1435
3113 단골 風文 2023.05.22 1435
3112 ‘요새’와 ‘금세’ 風文 2024.02.18 1437
3111 한자를 몰라도 風文 2022.01.09 1442
3110 마라톤 / 자막교정기 風文 2020.05.28 1444
3109 너무 風文 2023.04.24 1444
3108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風文 2022.08.21 1449
3107 말다듬기 위원회 / 불통 風文 2020.05.22 145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