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9 11:58

패수와 열수

조회 수 10348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패수와 열수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를 보면, 광개토왕 4년 8월에 왕이 패수(浿水)에서 백제와 크게 싸워 이겼다는 기록이 나온다. ‘패수’가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신라 선덕왕 때에 한산주에 ‘패강진’(浿江鎭)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황해도 평산에 ‘패강진’이 있었다고도 한다. 또한 패수를 열수(列水)라 부르기도 하였는데, ‘열’(列)은 ‘벌림’을 뜻하는 말이므로 거센소리가 되기 이전의 ‘패수’와 같은 말이다. 양주동은 <고가연구>에서 ‘패수’의 ‘배’를 ‘밝음’을 뜻하는 ‘ㅂ·ㄺ’으로 풀이한 바 있다. 이 풀이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으나 ‘패수’의 ‘패’나 ‘열수’의 ‘벌’은 모두 땅이름에 쓰이는 ‘벌’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다만 ‘벌’은 넓은 들을 뜻하며, 강을 낀 넓은 벌판은 사람이 모여 살기에 적합한 땅이 된다.

광개토의 아들인 장수왕은 사천(蛇川) 들에 나아가 사냥하면서 흰노루를 잡았고, 이후 평양으로 천도한 임금이다. 장수왕이 사냥했다는 ‘사천’ 또한 ‘뱀ㄴ·ㅣ’다. ‘사천’과 ‘사수’(蛇水)는 같은 뜻이니 이 또한 ‘벌’이다. 사학자 이병도는 ‘패수’를 청천강이라고 했는데, 한백겸의 <동국지리지>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땅이름 ‘패강·패수·사천’ 등이 ‘벌’과 관련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패수는 ‘벌’을 낀 강을 두루 나타내는 보통명사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패수’에서 확인되는 ‘벌’의 땅이름 분포는 고조선의 영토 고증뿐만 아니라 우리 겨레의 뿌리를 찾는 데 귀중한 자료로 쓸 만한 보기라 하겠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017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70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669
3128 ‘시끄러워!’, 직연 風文 2022.10.25 1429
3127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430
3126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風文 2023.10.18 1430
3125 웰다잉 -> 품위사 風文 2023.09.02 1431
3124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風文 2022.06.30 1436
3123 괄호, 소리 없는, 반격의 꿔바로우 風文 2022.08.03 1436
3122 바람을 피다? 風文 2024.01.20 1437
3121 금수저 흙수저 風文 2024.02.08 1438
3120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441
3119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441
3118 정치의 유목화 風文 2022.01.29 1443
3117 4·3과 제주어, 허버허버 風文 2022.09.15 1444
3116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風文 2022.09.23 1444
3115 개양귀비 風文 2023.04.25 1445
3114 마라톤 / 자막교정기 風文 2020.05.28 1447
3113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風文 2022.10.12 1451
3112 너무 風文 2023.04.24 1461
3111 단골 風文 2023.05.22 1462
3110 한자를 몰라도 風文 2022.01.09 1463
3109 언어적 자해 風文 2022.02.06 1463
3108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風文 2022.08.21 1466
3107 말다듬기 위원회 / 불통 風文 2020.05.22 146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