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7 05:15

모시는 글

조회 수 17217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모시는 글

언어예절

청첩이 곧 ‘모시는 글, 모시는 말씀’이다. 초대장·초청장·청첩장으로 많이 쓰고, 청장·청찰이라고도 한다. ‘청첩장’은 ‘청첩’에 ‘장’이 붙어 겹친 말이 되었다. ‘첩’이나 ‘장’이나 공문서를 뜻하던 말이다.

삶에서 큰 일로 치는 성년(冠), 혼인(婚), 초상(喪), 제사(祭)를 두고도 두루 생각과 격식이 무척 바뀌고 흐려졌다. 허례허식 추방을 외치며 만든 ‘가정의례준칙’(대통령령)이 오히려 빛좋은 개살구가 될 지경이다. 전화·인터넷 따위 온갖 전달·소통 매체의 발달로 글발 양식이 달라져 간다. 한마디로 가볍고 어지럽다.

종이에 적어 주고받는 청첩장도 글틀이 어지럽다. 혼례 청첩은 집안 어른(부모) 쪽에서 내는 게 이치에 맞다. 상황 따라 혼인 당사자, 친구·친지·주례 등 제3자, 신랑 또는 신부 부모 쪽에서 따로, 양가에서 아울러 청첩할 때 등에 따라 글틀이 다른 게 마땅하다.

저마다 귀하디 귀한 혼례식을 올리면서 손님을 모신다며 하는 말이 조리가 서지 않고 청하는 주체가 흐릿하다면 정작 예식에 참례할 마음이 날 턱이 없다. 봉투에 모시는 이도 모심을 받는 이도 밝히지 않은 청첩장까지 나돈다. 큰일에 판박이 청첩이라니.

한 보기로 ‘주례’가 혼례 청첩을 한다면, 혼인 당자 어버이 이름, 신랑신부 이름을 밝히고서 “두 집안 어른이 가리시고 본인들 두루 백년을 함께할 뜻이 서서 여러 어른과 벗을 모신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자 하오니, 부디 오시어 빛을 베푸시옵고 보잘것없는 다과나마 즐겨 드소서” 정도로 모시는 글을 쓸 수 있을 터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72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23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232
3128 갈기갈기, 갈래갈래, 갈갈이, 갈가리 바람의종 2009.10.28 10700
3127 갈께/갈까 바람의종 2008.09.20 6863
3126 갈대 바람의종 2008.05.12 6530
3125 갈대와 억새 바람의종 2010.07.30 9394
3124 갈두·갈헌 바람의종 2008.08.27 8008
3123 갈등 바람의종 2007.05.29 6214
3122 갈매기 바람의종 2009.05.06 6645
3121 갈매기살, 제비추리, 토시살 바람의종 2008.11.16 8702
3120 갈치, 적다, 작다 바람의종 2008.10.25 8387
3119 감감소식 바람의종 2007.04.29 8119
3118 감동·어루동 바람의종 2008.07.04 5801
3117 감로수 바람의종 2007.05.29 7594
3116 감안하다 바람의종 2007.10.12 15104
3115 감장이 바람의종 2008.10.30 6628
3114 감질나다 바람의종 2010.08.03 12734
3113 감질맛, 감칠맛 바람의종 2012.12.24 30463
3112 갑작사랑 바람의종 2008.05.05 7366
3111 갑작힘 바람의종 2008.04.30 8164
3110 갑절과 곱절 바람의종 2010.03.09 9698
3109 갑종 근로소득세 바람의종 2007.05.30 11312
3108 갑질 風文 2024.03.27 1638
3107 값과 삯 바람의종 2007.12.26 592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