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3 12:30

수진이 고개

조회 수 9908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수진이 고개

성남시 수진동은 ‘궁말’, 또는 ‘궁촌’이라고도 했다.〈한국지명총람〉(한글학회)에는 세종의 일곱째 아들인 평원대군의 묘를 관리하는 수진궁이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풀이한 바 있다. 그런데 수진동은 ‘수진’이라는 몽골어에서 온 말이다. 민요 ‘남원산성’의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 문전 바라보니,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 떴다 봐라 저 종달새”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수진’, ‘날진’(나진, 난친), ‘보라매’는 모두 매의 이름들이다. 사역원에서 간행한〈몽어유해〉에는 ‘해동청’(海東靑)을 ‘숑홀’이라고 기록한 바 있는데, 해동청은 오늘날의 ‘송골매’다.

이처럼 땅이름에 매의 이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고려시대에 원나라와의 교류 과정에서 원의 매사냥 문화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어떤 말들은 완전히 우리말처럼 쓰여 몽골어에서 온 것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시치미’는 매의 주인을 밝히고자 이름과 주소를 적어 매 꽁지에 붙인 네모진 뿔을 일컫는 말이었다. 달아난 매를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기로 작정하고 시치미를 떼는 행위에서 ‘시치미 떼다’라는 관용어가 나오기도 하였다.

이청준의 ‘매잡이’에서 사라져 가는 매잡이의 전통을 지키려는 곽돌 영감의 몸부림이 묘사되어 있듯이 오늘날은 매도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하니, 그나마 땅이름 속에서 매가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670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321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8167
3216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1457
3215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461
3214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1463
3213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1465
3212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465
3211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風文 2022.10.17 1465
3210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466
3209 지슬 風文 2020.04.29 1468
3208 사수 / 십이십이 風文 2020.05.17 1470
3207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470
3206 ○○노조 風文 2022.12.26 1475
3205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477
3204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478
3203 아카시아 1, 2 風文 2020.05.31 1479
3202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479
3201 정치인의 애칭 風文 2022.02.08 1480
3200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488
3199 살인 진드기 風文 2020.05.02 1491
3198 이름 짓기, ‘쌔우다’ 風文 2022.10.24 1491
3197 올가을 첫눈 / 김치 風文 2020.05.20 1495
3196 도긴개긴 風文 2023.05.27 1496
3195 “힘 빼”, 작은, 하찮은 風文 2022.10.26 149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