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9 11:14

말과 글

조회 수 4144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말과 글

‘말’과 ‘글’을 뜻이 아주 다른 낱말로 보아 ‘말글’이라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글’은 말에서 나왔고 말의 한 가지에 지나지 않으며, ‘말’은 글을 낳았고 글을 싸잡는 것이기에 이들 둘은 서로 다른 낱말이 아니다.

‘말’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서 주고받는 노릇이다. 마음을 담으려면 그릇이 있어야 하는데 조물주가 내려준 그릇이 목소리다. 목소리에다 마음을 담아서 주고받는 노릇이 본디 ‘말’이었다. 목소리는 하늘이 내려주어서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그릇이지만 곧장 사라져서 눈앞에 있는 사람밖에는 주고받을 수가 없다. 사람은 사라지지 않는 그릇을 찾아 나섰고 마침내 ‘글자’를 만들어 눈앞에 없는 사람과도 주고받기에 이르렀다. 글자의 그릇에 마음을 담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며 주고받는 말, 이게 곧 ‘글’이다. 이래서 이제 목소리의 말을 ‘입말’이라 하고, 글자의 말을 ‘글말’이라 한다.

글말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눈앞에 없는 사람과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엄청난 도움이 되었으나 살아 숨쉬는 느낌을 지닌 목소리를 담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사람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오늘에 와서 시간과 공간에 아랑곳도 없고, 살아 숨쉬는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게다가 눈앞에 보듯이 모습까지 담아서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을 찾아냈다. 그것이 바로 ‘전자’다. 전신·전화·영화·방송을 거쳐 인터넷에 이르는 ‘전자 그릇’에 마음을 담아 주고받는 ‘전자말’이 나타났다. 말이 세 가지로 벌어진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084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35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265
3326 ‘선진화’의 길 風文 2021.10.15 1171
332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風文 2022.02.06 1171
3324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風文 2022.07.26 1171
3323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1171
3322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風文 2022.07.06 1172
3321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1177
3320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1177
3319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1182
3318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1182
3317 아주버님, 처남댁 風文 2024.01.02 1182
3316 상석 風文 2023.12.05 1184
3315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風文 2022.08.29 1185
3314 가짜와 인공 風文 2023.12.18 1186
3313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1188
3312 내일러 風文 2024.01.03 1189
3311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192
3310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風文 2022.02.24 1194
3309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1194
3308 더(the) 한국말 風文 2021.12.01 1195
3307 주시경, 대칭적 소통 風文 2022.06.29 1196
3306 인종 구분 風文 2022.05.09 1200
3305 옹알이 風文 2021.09.03 120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