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1.09 01:40

싸우다와 다투다

조회 수 6983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싸우다와 다투다

국어사전은 ‘싸우다’를 물으면 ‘다투다’라 하고, ‘다투다’를 찾으면 ‘싸우다’라 한다. 이들과 비슷한 ‘겨루다’도 있는데 그것도 ‘다투다’라고 한다. 참으로 국어사전대로 ‘싸우다’와 ‘다투다’가 서로 같고, ‘겨루다’는 ‘다투다’와 같다면 셋은 모두 같은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세 낱말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생겨나서 오늘까지 쓰이고 있겠는가? 본디 다른 뜻을 지니고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서로 달리 쓰였으나, 걷잡을 수 없는 세상 소용돌이를 살아오느라고 우리가 본디 뜻을 잊어버리고 헷갈리는 것일 뿐이다.

‘겨루다’는 일정한 가늠과 잣대를 세워놓고 힘과 슬기를 다하여 서로 이기려고 갋으며 맞서는 노릇이다. 맞서는 두 쪽이 혼자씩일 수도 있고 여럿씩일 수도 있지만 가늠과 잣대는 두 쪽을 저울같이 지켜준다. 한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바르고 반듯한 처지를 만들어주고 오직 힘과 슬기에 따라서만 이기고 지는 판가름이 나도록 하는 노릇이다. 놀이와 놀음의 바탕은 본디 겨루기에 있고, 그것을 가장 두드러지게 내세우는 것이 이른바 운동경기다.

‘싸우다’와 ‘다투다’는 둘 다 공평하도록 지켜주는 가늠과 잣대란 본디 없고 어떻게든 서로 이기려고만 하면서 맞서는 노릇이다. 그런데 ‘다투다’는 목숨을 걸지도 않고 몸을 다치게 하지도 않아서 거의 삿대질이나 말로써만 맞선다. ‘싸우다’는 다투는 것을 싸잡고 몸을 다치게도 할 뿐 아니라 마침내 목숨마저 떼어놓고 맞서는 이른바 전쟁까지도 싸잡는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660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313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8045
3392 막냇동생 風文 2023.04.20 1154
3391 부사, 문득 風文 2023.11.16 1169
3390 내색 風文 2023.11.24 1179
3389 편견의 어휘 風文 2021.09.15 1198
338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風文 2022.05.23 1200
338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자네 복싱 좋아하나? 風文 2022.02.10 1202
3386 여보세요? 風文 2023.12.22 1202
3385 영어 절대평가 風文 2022.05.17 1204
3384 안녕히, ‘~고 말했다’ 風文 2022.10.11 1205
3383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1222
3382 댄싱 나인 시즌 스리 風文 2023.04.21 1228
3381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風文 2022.08.16 1230
3380 고양이 살해, 최순실의 옥중수기 風文 2022.08.18 1235
3379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風文 2022.10.07 1235
3378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1236
3377 이중피동의 쓸모 風文 2023.11.10 1237
3376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1238
337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1239
3374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風文 2022.08.04 1245
3373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1245
3372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1247
3371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25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