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1.03 17:40

내일러

조회 수 122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일러

요즘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을 즐긴다. 걷기 여행, 자전거 여행, 자동차 여행, 기차 여행 등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들어 기차 여행을 즐기는 젊은 사람이 부쩍 늘었는데 이들을 가리켜 ‘내일러’라 한다. ‘내일러’는 ‘내일로’를 이용하여 기차 여행을 하는 젊은 사람을 가리킨다.

‘내일로’는 한국철도공사에서 2007년부터 만 28세 이하의 젊은 사람에게 판매하기 시작한 패스형 기차 여행 상품이다. 고속열차(KTX)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열차를 일정 기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인데, 5일권과 7일권이 각각 56,500원과 62,700원으로 아주 저렴하다. 이로 인해 젊은 사람도 경제적 부담 없이 맘껏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내일로’의 이름 짓기 방식이 특이하다. ‘내일로’는 ‘기차’를 뜻하는 영어 ‘레일(rail)’에, ‘길’의 뜻을 더하는 한자어계 접미사 ‘-로(路)’를 결합하여 만든 말인데, 소리의 유사성에 착안하여 ‘레일’을 우리말의 ‘내일(다가올 앞날)’과 바꿔치기하였다. 독창적인 이름 짓기 방식이라 할 만하다. 그리하여 ‘내일로’는 ‘앞으로’를 뜻하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내일러’ 또한 아주 특이하게 만들어진 말이다. 이 말은 ‘내일로’에, ‘어떤 일에 관계하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의 접미사 ‘-er’를 결합하여 만든 말이다. 그러나 ‘내일로’에 영어의 접미사 ‘-er’를 결합하여 새말을 만드는 것은 독창적이라기보다 그 도를 크게 넘은 일로 봐야 한다. 우리말에서 ‘-er’와 같은 영어의 접미사를 가져다가 새말을 만드는 것은 극히 부자연스럽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귀차니스트’의 ‘-ist’도 마찬가지이다. 정말이지 우리의 영어 사랑이 넘쳐도 너무 넘친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51873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98379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13358
    read more
  4. “사겨라” “바꼈어요”

    Date2024.05.31 By風文 Views30
    Read More
  5. “산따” “고기떡” “왈렌끼”

    Date2024.05.31 By風文 Views35
    Read More
  6. ‘Seong-jin Cho’ ‘Dong Hyek Lim’ ‘Sunwook Kim’

    Date2024.05.29 By風文 Views58
    Read More
  7. 어이없다

    Date2024.05.29 By風文 Views86
    Read More
  8.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Date2024.05.10 By風文 Views526
    Read More
  9.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Date2024.05.10 By風文 Views582
    Read More
  10. ‘수놈’과 ‘숫놈’

    Date2024.05.08 By風文 Views589
    Read More
  11. 서거, 별세, 타계

    Date2024.05.08 By風文 Views658
    Read More
  12. 말의 권모술수

    Date2021.10.13 By風文 Views687
    Read More
  13. 잡담의 가치

    Date2021.09.03 By風文 Views700
    Read More
  14. 또 다른 공용어

    Date2021.09.07 By風文 Views722
    Read More
  15. 법률과 애국

    Date2021.09.10 By風文 Views739
    Read More
  16. 무제한 발언권

    Date2021.09.14 By風文 Views745
    Read More
  17. 군인의 말투

    Date2021.09.14 By風文 Views748
    Read More
  18. 언어적 주도력

    Date2021.09.13 By風文 Views763
    Read More
  19. 공공 재산, 전화

    Date2021.10.08 By風文 Views763
    Read More
  20. 정치인들의 말

    Date2021.10.08 By風文 Views768
    Read More
  21. 악담의 악순환

    Date2021.09.13 By風文 Views792
    Read More
  22. 아무 - 누구

    Date2020.05.05 By風文 Views796
    Read More
  23. 상투적인 반성

    Date2021.10.10 By風文 Views804
    Read More
  24. 또 다른 이름

    Date2021.09.05 By風文 Views826
    Read More
  25. 선교와 압박

    Date2021.09.05 By風文 Views84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