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7 11:52

흰 백일홍?

조회 수 145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흰 백일홍?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은 꽃이 제아무리 고와도 붉은 빛이 열흘 이상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말이 무색하게 석 달 열흘 동안이나 붉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 있으니 바로 ‘백일홍’이다. 한 번 핀 꽃이 백일이나 가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꽃이 거듭 피고 지면서 백일을 간다. 꽃뿐만 아니라 나무 모양도 아름다워 예로부터 정자 주변이나 산사에 즐겨 심었는데 요즘에는 가로수로도 많이 눈에 띈다.

지난 주말 공원에서 흰색 꽃이 핀 백일홍나무를 처음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붉을 홍(紅)’자가 쓰인 ‘백일홍’은 ‘붉은’ 꽃이 피기에 붙여진 이름일 텐데 흰 꽃이라니? 그럼 이 나무는 백일홍이 아닌 걸까? 만약 이게 백일홍나무가 맞다면 그 이름은 ‘백일백’이 되어야 할 거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사전을 찾아보니 대부분의 꽃 색깔은 붉은 빛을 띄나 흰색 꽃이 피는 것도 있어 따로 ‘흰 백일홍나무’로 부른다고 한다. ‘흰 백일홍’이라니 ‘둥근 네모’처럼 앞뒤가 안 맞는 이름이다. 아마도 처음엔 붉은 꽃만 피는 줄 알았다가 나중에 흰 꽃이 피는 나무가 발견되자 그런 이름을 붙일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짐작되었다.

백일홍나무는 ‘목백일홍’ 또는 ‘배롱나무’라고도 한다. 목백일홍은 똑같이 ‘백일홍’으로 불리는, 국화를 닮은 한해살이풀과 구분하고자 할 때 쓴다. 배롱나무는 백일홍나무의 발음이 변한 말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추측만 할 뿐 근거는 없다.

백일홍나무의 또 다른 별명은 ‘간지럼나무’이다. 나무줄기를 손으로 문지르면 나뭇가지와 잎, 꽃이 떨리듯 하늘거리는데, 이것이 간지럼 타는 모습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말 그런지 백일홍 꽃이 한창인 지금, 백일홍나무를 찾아 살살 간질여 보는 건 어떨까?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472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121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6342
24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風文 2022.10.09 786
23 고령화와 언어 風文 2021.10.13 767
22 또 다른 이름 風文 2021.09.05 765
21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756
20 선교와 압박 風文 2021.09.05 752
19 언어적 주도력 風文 2021.09.13 728
18 아무 - 누구 風文 2020.05.05 712
17 어버이들 風文 2021.10.10 702
16 악담의 악순환 風文 2021.09.13 662
15 군인의 말투 風文 2021.09.14 658
14 상투적인 반성 風文 2021.10.10 658
13 또 다른 공용어 風文 2021.09.07 657
12 법률과 애국 風文 2021.09.10 657
11 정치인들의 말 風文 2021.10.08 657
10 무제한 발언권 風文 2021.09.14 625
9 공공 재산, 전화 風文 2021.10.08 610
8 말의 권모술수 風文 2021.10.13 592
7 잡담의 가치 風文 2021.09.03 565
6 서거, 별세, 타계 風文 2024.05.08 330
5 ‘수놈’과 ‘숫놈’ 風文 2024.05.08 275
4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風文 2024.05.10 253
3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風文 2024.05.10 23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