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7 11:52

흰 백일홍?

조회 수 16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흰 백일홍?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은 꽃이 제아무리 고와도 붉은 빛이 열흘 이상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말이 무색하게 석 달 열흘 동안이나 붉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 있으니 바로 ‘백일홍’이다. 한 번 핀 꽃이 백일이나 가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꽃이 거듭 피고 지면서 백일을 간다. 꽃뿐만 아니라 나무 모양도 아름다워 예로부터 정자 주변이나 산사에 즐겨 심었는데 요즘에는 가로수로도 많이 눈에 띈다.

지난 주말 공원에서 흰색 꽃이 핀 백일홍나무를 처음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붉을 홍(紅)’자가 쓰인 ‘백일홍’은 ‘붉은’ 꽃이 피기에 붙여진 이름일 텐데 흰 꽃이라니? 그럼 이 나무는 백일홍이 아닌 걸까? 만약 이게 백일홍나무가 맞다면 그 이름은 ‘백일백’이 되어야 할 거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사전을 찾아보니 대부분의 꽃 색깔은 붉은 빛을 띄나 흰색 꽃이 피는 것도 있어 따로 ‘흰 백일홍나무’로 부른다고 한다. ‘흰 백일홍’이라니 ‘둥근 네모’처럼 앞뒤가 안 맞는 이름이다. 아마도 처음엔 붉은 꽃만 피는 줄 알았다가 나중에 흰 꽃이 피는 나무가 발견되자 그런 이름을 붙일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짐작되었다.

백일홍나무는 ‘목백일홍’ 또는 ‘배롱나무’라고도 한다. 목백일홍은 똑같이 ‘백일홍’으로 불리는, 국화를 닮은 한해살이풀과 구분하고자 할 때 쓴다. 배롱나무는 백일홍나무의 발음이 변한 말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추측만 할 뿐 근거는 없다.

백일홍나무의 또 다른 별명은 ‘간지럼나무’이다. 나무줄기를 손으로 문지르면 나뭇가지와 잎, 꽃이 떨리듯 하늘거리는데, 이것이 간지럼 타는 모습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말 그런지 백일홍 꽃이 한창인 지금, 백일홍나무를 찾아 살살 간질여 보는 건 어떨까?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52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96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928
3414 훈방, 석방 바람의종 2010.07.23 14742
3413 훈민정음 반포 565돌 바람의종 2011.11.20 14539
3412 후텁지근한 風文 2023.11.15 1304
3411 후덥지근 / 후텁지근 바람의종 2012.05.30 11467
3410 효시 바람의종 2007.10.08 13488
3409 효능, 효과 바람의종 2010.04.25 10609
3408 횡설수설 1 바람의종 2010.11.11 15133
3407 획정, 확정 바람의종 2008.12.10 14925
3406 회피 / 기피 바람의종 2012.07.05 11789
3405 회가 동하다 바람의종 2008.02.01 20260
3404 홰를 치다 바람의종 2008.02.01 39758
3403 황제 바람의종 2012.11.02 18526
3402 황소바람 바람의종 2010.09.04 11867
3401 황새울과 큰새 바람의종 2008.01.24 11156
3400 황금시간 / 우리말 속 일본어 風文 2020.06.11 1911
3399 활개를 치다 바람의종 2008.02.01 12663
3398 환멸은 나의 힘 / 영어는 멋있다? 風文 2022.10.28 1456
3397 환갑 바람의종 2007.10.06 18252
3396 화이바 바람의종 2009.09.24 10586
3395 화성돈 바람의종 2012.08.30 10796
3394 홑몸, 홀몸 바람의종 2009.02.14 12108
3393 홍일점 바람의종 2010.10.06 1496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