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2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말 많은 거짓말쟁이 챗GPT, 침묵의 의미를 알까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인공지능이 인간 언어에 육박할 수 있게 된 건 인간이 말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눈치챘기 때문이다. 패턴의 발견. 패턴은 반복적 사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정한 양식이자 경향. 어떤 상황을 말로 표현한다고 해 보자. 딱 맞는 하나의 표현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한대로 열려 있는 것도 아니다. ‘밥’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떠올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문장은 패턴의 조합이다. 패턴은 유일과 무한대 사이에 난 오솔길.

자기 팔꿈치는 물지 못한다 했던가. 인간은 그 패턴이 무엇인지 소상히 알 수 없다. 말은 술술 하지만 그걸 보여 달라고 하면 난처해진다. 인공지능은 그걸 빠르게 발견한다. 이 단어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올지, 이 문서가 뭘 다루고 있는지를 안다.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처럼 그럴싸하게 말을 하게 되었다.

말을 뿜어내도록 만들어진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는 다변증과 허언증을 동시에 앓고 산다. 말 많은 거짓말쟁이. 끝없이 지껄이고, 수시로 거짓말을 한다. 대꾸하지 말래도 기어코 대답을 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쏘삭이는 인공지능을 다들 기특하고 대견해 한다. 아이야, 너는 어찌 그리 말을 잘하니?

인공지능이 유일하게 못 하는 것은 침묵. 이제 인간에게 남은 거라곤 패턴을 거역할 자유와 입을 닫을 자유 정도밖에 없는가. 인간만이 기성화되고 제도화된 패턴을 벗어나는 시도를 감행한다. 인간만이 할 말을 참고 침묵할 수 있다. 상황과 상대를 살피며 망설이고 뜸을 들일 수도 있다. 나처럼 입만 살아 있는 자는 성능 나쁜 인공지능에 가깝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67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26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215
3366 ‘~스런’ 風文 2023.12.29 819
3365 치욕의 언어 風文 2021.09.06 820
336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820
3363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821
3362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風文 2024.02.17 822
3361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823
3360 ‘며칠’과 ‘몇 일’ 風文 2023.12.28 823
3359 짧아져도 완벽해, “999 대 1” 風文 2022.08.27 824
3358 안녕히, ‘~고 말했다’ 風文 2022.10.11 824
3357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風文 2022.08.16 825
3356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826
3355 영어의 힘 風文 2022.05.12 827
3354 애정하다, 예쁜 말은 없다 風文 2022.07.28 827
3353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827
3352 올바른 명칭 風文 2022.01.09 829
3351 배레나룻 風文 2024.02.18 832
3350 편견의 어휘 風文 2021.09.15 837
3349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839
3348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風文 2022.09.01 841
3347 부사, 문득 風文 2023.11.16 843
3346 ‘폭팔’과 ‘망말’ 風文 2024.01.04 845
3345 마그나 카르타 風文 2022.05.10 84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