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5.30 09:42

프로듀사

조회 수 160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프로듀사

드라마 ‘프로듀사’를 보는 것은 주말 저녁의 큰 기쁨이었다. 김수현의 매력에도 푹 빠졌지만 방송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 생활의 일부가 드라마로 나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익숙한 장소,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 극중 배역, 아찔했던 방송 현장의 사고들. 그런데 왜 ‘프로듀서’가 아니고 ‘프로듀사’였을까?

방송의 연출, 제작을 책임지는 사람을 ‘프로듀서’라고 한다. ‘생산하다’는 뜻을 가진 동사 ‘produce’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이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그런데 ‘-er’대신에 직업을 나타내는 우리말 접미사 ‘-사(士)’를 붙여 ‘프로듀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제목을 살짝 비튼 데에는 프로듀서의 깊은 고민이 있었으리라.

흔히 끝에 ‘선비 사(士)’가 붙으면 직업을 나타내는 말이 된다. 변호사(辯護士), 건축사(建築士), 세무사(稅務士)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판사(判事), 검사(檢事)의 ‘사’는 ‘일 사(事)’이다. 교사(敎師), 의사(醫師)는 ‘스승 사(師)’를 쓴다. 명확하게 어떤 기준인지는 밝히기가 어렵다. 자격증이나 면허증이 나오는 전문적인 직업에는 ‘-사(士)’가 붙는 경향이 있다. ‘변호’라는 말 뒤에 접미사 ‘사(士)’가 붙어 ‘변호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판사’ ‘검사’도 전문직임에 틀림없으나 변호사와 같은 파생어가 아니라 ‘판사’ ‘검사’가 원어로 하여 쓰여 온 말이다. ‘의사’ ‘교사’ 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아나운서들은 예전부터 스스로를 ‘언어운사(言語運士)’라 칭하며 말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 왔다. ‘프로듀사’ 후속작 ‘아나운사’를 기대해 보며….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726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384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8789
3348 죄다, 죄여, 조이다, 조여 바람의종 2010.06.20 19426
3347 게거품 風磬 2006.09.14 19349
3346 배부, 배포 바람의종 2012.03.05 19256
3345 볼장 다보다 바람의종 2008.01.13 19233
3344 널브러지다, 널부러지다, 너부러지다 바람의종 2010.06.16 19222
3343 알콩달콩, 오순도순, 아기자기, 오밀조밀 바람의종 2009.03.08 19192
3342 폭탄주! 말지 말자. 바람의종 2012.12.17 19084
3341 학을 떼다, 염병, 지랄 바람의종 2010.02.09 19037
3340 빌려 오다, 빌려 주다, 꾸다, 뀌다 바람의종 2010.07.25 18933
3339 수입산? 외국산? 바람의종 2012.12.03 18901
3338 초생달 / 초승달, 으슥하다 / 이슥하다, 비로소 / 비로서 바람의종 2011.11.15 18765
3337 주접떨다, 주접든다 바람의종 2009.03.23 18726
3336 야단법석, 난리 법석, 요란 법석 바람의종 2012.06.11 18693
3335 차후, 추후 바람의종 2012.06.15 18561
3334 황제 바람의종 2012.11.02 18512
3333 박물관은 살아있다 바람의종 2012.11.30 18450
3332 "드리다"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01 18357
3331 환갑 바람의종 2007.10.06 18221
3330 하모, 갯장어, 꼼장어, 아나고, 붕장어 바람의종 2010.07.19 18077
3329 담배 한 까치, 한 개비, 한 개피 바람의종 2010.10.16 18017
3328 등용문 바람의종 2013.01.15 18000
3327 육시랄 놈 바람의종 2008.02.29 1800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