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4.28 06:20

돼지껍데기

조회 수 13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돼지껍데기

콜라겐이 많아서 피부에 좋다는 소문이 나서인지 여자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돼지껍질이 자주 꼽힌다. 마오쩌둥도 즐겨 먹었다는 돼지껍질. 고소하고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돼지껍질’ 대신에 ‘돼지껍데기’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는 듯하다. ‘껍질’과 ‘껍데기’는 구별되어 쓰이기도 하고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해서 헷갈릴 때가 많다.

사과, 귤, 양파 같은 과일, 채소 등의 단단하지 않은 외피를 ‘껍질’이라고 한다. 껍질은 주로 까거나 벗기는 것이 많다. 그렇다면 수박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말한다. 따라서 수박은 껍질이 맞다. 새우도 껍질이다.

‘껍데기’는 껍질보다 단단하다. 달걀, 조개, 소라 등을 싸고 있는 것은 껍데기이다. 그렇다면 윤형주의 노래 ‘조개껍질 묶어’ 가사는 틀린 것일까? 조개껍데기와 조개껍질은 두 형태가 널리 쓰여 복수표준어로 인정되었다.

맥락에 따라 뜻이 달라지기도 한다. “수박을 먹고 나서 껍데기는 버려라”에서 ‘껍데기’는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이라는 뜻이다. 베개껍데기, 과자껍데기가 이와 같다. 달걀, 호두, 은행, 땅콩 등은 알맹이를 직접 싸고 있는 얇은 ‘껍질’과 이를 둘러싼 ‘껍데기’로 나눌 수 있다.

“껍질 상치 않게 호랑이 잡을까”란 속담이 있다. 호랑이의 가죽을 상하지 않고서 호랑이를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호랑이가 껍질이면 돼지도 껍질이 맞다. 문득 신동엽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가 떠오르는 건 너무 생뚱맞은가.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24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70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644
3348 드라비다말 바람의종 2008.01.02 6927
3347 복잡다난·미묘 바람의종 2008.01.03 11082
3346 움과 싹 바람의종 2008.01.03 8590
3345 벌레 바람의종 2008.01.03 7455
3344 경제 새말 바람의종 2008.01.04 7439
3343 자음의 짜임새 바람의종 2008.01.04 7029
3342 제맛 바람의종 2008.01.05 7834
3341 할말과 못할말 바람의종 2008.01.05 7560
3340 호박고지 바람의종 2008.01.05 9196
3339 모음의 짜임새 바람의종 2008.01.06 5806
3338 노무족 바람의종 2008.01.06 6291
3337 ‘막하다’ 바람의종 2008.01.06 8157
3336 참말과 거짓말 바람의종 2008.01.07 8825
3335 겨울 바람의종 2008.01.07 8258
3334 ‘오빠 부대’ 바람의종 2008.01.07 7494
3333 말소리의 높낮이 바람의종 2008.01.08 7202
3332 헛이름 바람의종 2008.01.08 10754
3331 먹거리와 먹을거리 바람의종 2008.01.08 8385
3330 쇠죽 바람의종 2008.01.10 8762
3329 말소리의 억양 바람의종 2008.01.10 6848
3328 말다듬기 바람의종 2008.01.10 6461
3327 떨려나다 바람의종 2008.01.11 891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