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4.21 11:36

댄싱 나인 시즌 스리

조회 수 122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댄싱 나인 시즌 스리

얼마 전 한 방송의 ‘댄싱9 시즌3’이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 제목을 ‘댄싱 나인 시즌 스리’로 읽는다. 숫자 ‘9’와 ‘3’을 ‘아홉’, ‘셋’이나 ‘구’ ‘삼’으로 읽지 않고 영어인 ‘나인’ ‘스리’로 읽는 것이다.

우리말에서는 아라비아 숫자 ‘1, 2, 3, 4’ 등이나 로마 숫자 ‘Ⅰ, Ⅱ, Ⅲ, Ⅳ’ 등은 고유어 수사로 읽거나 한자어 수사로 읽는다.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에서 물건의 수효를 셀 때에는 ‘하나, 둘, 셋, 넷’ 등처럼 고유어 수사로 읽고, 그냥 숫자를 셀 때에는 고유어 수사로 읽거나 ‘일, 이, 삼, 사’ 등처럼 한자어 수사로 읽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아라비아 숫자나 로마 숫자를 영어식으로 읽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넘버1, 넘버2, 넘버3’ ‘슈퍼스타K1, 슈퍼스타K2, 슈퍼스타K3’ 등의 ‘1, 2, 3’ 등이 일반적으로 ‘원, 투, 스리’ 등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숫자를 영어식으로 읽는 건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숫자 읽기가 아니다. 혹, ‘넘버’ ‘슈퍼스타K’ 등이 영어 또는 영어에서 유래한 외래어라서 그 뒤 숫자를 영어식으로 읽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냐 하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식샤를 합시다1, ‘식샤를 합시다2’의 ‘1, 2’도, ‘수학Ⅰ, 수학Ⅱ’ ‘물리Ⅰ, 물리Ⅱ’ 등의 ‘Ⅰ, Ⅱ’도 영어 ‘원, 투’로 읽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그렇게 볼 수 없다. 영어식 숫자 읽기의 남용에 불과하다.

수사는 한 언어에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꼭 필요한 기초 어휘이다. 그런데 숫자 읽기에서 우리말의 기초 어휘인 수사가 영어에 밀려 홀대 받고 있다. ‘엠피스리(MP3)’ ‘스리디(3-D)’ 등은 별개의 단어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그냥 숫자를 차례대로 셀 때에는 그 숫자를 우리말 수사로 읽는 것이 좋겠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627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279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7774
3348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風文 2023.12.30 1287
3347 옹알이 風文 2021.09.03 1288
3346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風文 2022.07.13 1289
3345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1291
3344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風文 2022.09.20 1293
3343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294
3342 연말용 상투어 風文 2022.01.25 1295
3341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風文 2022.07.26 1298
3340 영어의 힘 風文 2022.05.12 1300
3339 어떤 반성문 風文 2023.12.20 1304
3338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1307
3337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1307
3336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1307
3335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1310
3334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1310
3333 ‘내 부인’이 돼 달라고? 風文 2023.11.01 1311
3332 상석 風文 2023.12.05 1317
3331 북혐 프레임, 인사시키기 風文 2022.05.30 1318
333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風文 2022.05.26 1319
3329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風文 2022.09.05 1322
3328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風文 2023.06.30 1326
332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風文 2022.02.06 132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