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4.19 06:10

내연녀와 동거인

조회 수 89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연녀와 동거인

가끔 연락하는 <한겨레> 기자가 있다. 말을 주제로 기자끼리 토론이 붙나 보더라. 말에 대한 감각이 천차만별이니 토론이 자못 뜨거워 보였다. ‘기자들이 말에 대한 고민이 많군’ 하며 즐거워한다. ‘내기’ 를 거는지는 모르지만, 급기야 생각 없이 사는 나한테까지 질문을 한다. 내 대답은 늘 ‘어정쩡’ 하다. ‘이렇게 볼 수도, 저렇게 볼 수도 있지 않겠소이까?’

며칠 전엔 아트센터나비 관장 노소영씨가 티앤씨(T&C)재단 이사장 김희영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김씨를 에스케이(SK) 회장 최태원씨의 ‘내연녀’ 라 할지 ‘혼외 동거인’ 이라 할지로 논쟁이란다.

상식적(?) 으로 보면, ‘내연녀 / 내연남’은 개인의 사생활을 매도하고 편견을 조장하는 말이니 ‘혼외 동거인’ 이라 쓰는 게 맞다고 할 것이다. 흥미롭게도 연락해온 기자는 노소영씨 입장에 주목했다. 노씨가 소송을 한 데에는 두 사람의 내연 관계에서 받은 정신적 상처가 영향을 끼쳤을 텐데, 김씨에게 ‘혼외 동거인’(‘동거녀’ 도 아닌) 이란 중립적인 표현을 쓰는 게 온당한가? 은밀함, 비도덕성, 부적절함 같은 말맛이 풍기는 ‘내연녀’ 란 말을 써야 ‘본처’의 분노를 조금이나마 담을 수 있지 않겠냐는 마음일 듯. 이렇게 볼 수도, 저렇게 볼 수도 있겠다.

나는 다른 데에 눈길이 갔다. ‘내연녀’ 와 ‘혼외 동거인’ 사이에서 새삼 고민하게 된 계기가 뭘까 하는 것. 유사 이래로 혼외 연애 범죄는 끊임이 없었다. 그걸 다룬 기사는 한결같이 ‘내연녀 / 내연남 고소 / 협박 / 폭행 / 살해’ 였다. 그렇다면 혹시 고결한 재벌가의 연애사를 다루다 보니 비로소 번민이 시작된 건 아닐까.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99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57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573
3344 X-mas 바람의종 2011.12.26 13339
3343 X세대 바람의종 2008.02.20 8331
3342 [re] 시치미를 떼다 file 바람의종 2010.11.17 12927
3341 ~ ㄴ걸 / ~ ㄹ 걸 바람의종 2008.12.11 10145
3340 ~ 시키다 바람의종 2008.12.10 9266
3339 ~ 화(化) 바람의종 2009.09.06 6779
3338 ~ㄴ 바 바람의종 2010.11.02 11070
3337 ~같이 바람의종 2010.05.10 9449
3336 ~겠다, ~것다 바람의종 2010.07.10 10482
3335 ~과 다름 아니다 바람의종 2008.11.01 8946
3334 ~까지, ~조차, ~마저 바람의종 2009.03.23 11435
3333 ~노, ~나 바람의종 2010.09.05 8816
3332 ~는가 알아보다 바람의종 2009.09.27 8225
3331 ~다 라고 말했다 바람의종 2010.03.15 12061
3330 ~다오, ~주라 바람의종 2011.12.05 8190
3329 ~답다, ~스럽다 바람의종 2010.11.21 9380
3328 ~대, ~데 바람의종 2011.12.04 12889
3327 ~던가, ~든가 바람의종 2008.07.12 11840
3326 ~데 반해 / ~데 비해 바람의종 2010.02.28 17319
3325 ~도 불구하고 바람의종 2012.10.02 11374
3324 ~되겠, ~되세 바람의종 2009.03.30 6490
3323 ~든 / ~던 바람의종 2011.11.27 1079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