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28 22:52

외래어의 된소리

조회 수 91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외래어의 된소리

한때 국민 점심 ‘짜장면’의 바른 표기가 ‘자장면’이었던 적이 있었다. 몇 가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외래어 표기에 된소리를 안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젠 둘 다 인정을 받는다. 다행히 ‘짬뽕’과 ‘껌’은 굳어진 관행으로 인정을 받아서 굳이 ‘잠봉’이나 ‘검’으로 적을 필요가 없었다. ‘짬뽕하다’라든지 ‘껌값’ 등의 파생어가 생겨서 이미 손을 쓸 수도 없었다.

우리의 언어 현실에서는 사실 외래어를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 보니 외래어 표기 규범과 충돌된다. 자연히, 표기할 때는 부드러운 예사소리로, 발음할 때는 익숙한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글 쓸 때는 ‘버스, 가스’, 말할 때는 ‘[뻐스], [까스]’ 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독한 ‘빼갈’ 마실 때는 된소리로 말하고, 사전을 찾을 때는 ‘배갈’을 찾아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아예 예사소리로 발음하면 의미 전달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뒷배가 든든한 사람을 가리켜 ‘빽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백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그냥 멍해진다. 자동차 타이어가 터지거나 미리 잡은 일정이 취소됐을 때 또 낙제 학점이 나왔을 때, [빵꾸]가 났다고들 하는데, 길거리의 정비공장에는 ‘빵구’라고 씌어 있는 곳이 많다. 그런데 신문 기사에는 대개 ‘펑크’라고 표기된다. 세 가지의 변이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통속적으로 사용되는 외래어를 엄격한 표기 규범의 틀 안에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애를 쓰면 쓸수록 규정의 이상과 언어의 현실 사이의 틈만 벌어진다. 이렇게 통속적 경로로 들어온 외래어는 규정에 ‘관습적 형태’라고 해서 따로 인정해주는 편이 더 유용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표준어 관리자도, 언어 사용자들도 편해진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753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408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9031
3146 좌익 바람의종 2007.08.20 6558
3145 지양 바람의종 2007.08.20 9894
3144 지척 바람의종 2007.08.21 6707
3143 지하철 바람의종 2007.08.21 7934
3142 지향 바람의종 2007.08.22 6536
3141 질곡 바람의종 2007.08.22 7941
3140 질풍, 강풍, 폭풍, 태풍 바람의종 2007.08.23 8431
3139 차례 바람의종 2007.08.23 6522
3138 청사 바람의종 2007.08.24 5828
3137 청사진 바람의종 2007.08.24 7625
3136 청신호 바람의종 2007.08.30 7565
3135 초미 바람의종 2007.08.30 8525
3134 추파 바람의종 2007.08.31 11084
3133 퇴짜 바람의종 2007.08.31 10013
3132 배제하다?/최인호 바람의종 2007.08.31 8809
3131 우리말의 참된 가치 / 권재일 바람의종 2007.08.31 12850
3130 아사리판 / 한용운 바람의종 2007.08.31 11277
3129 속과 안은 다르다 / 김수업 바람의종 2007.08.31 8274
3128 파경 바람의종 2007.09.01 10828
3127 파국 바람의종 2007.09.01 8727
3126 파천황 바람의종 2007.09.04 9577
3125 파투 바람의종 2007.09.04 958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