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0.13 19:25

고령화와 언어

조회 수 8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령화와 언어

기대 수명이 날로 늘어나면서 장수보다 건강 수명에 관심을 가지는 시대이다. 보건, 복지, 의료 등이 주로 고령화 문제로 고민하고 교육, 경제 등에도 새로운 과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언어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눈에 띈다.

노인들이 말 때문에 불편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공 기관에 가도 안내하는 ‘젊은 분’들의 말이 너무 빠르다. 미안하게도 자꾸 되묻게 된다. 특히 거대한 종합병원 같은 곳에서는 늘 어리둥절하게 마련이다. 날이 갈수록 ‘주변화’되고 있다는 느낌, 바로 그것이 노인들의 소외감일 것이다. 그러다가 동네 병원에 가면 마음이 느긋해진다. 톱니바퀴처럼 숨쉴 겨를도 없는 조직 체계가 불편하게 느껴지고, 마음 편한 환경을 찾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활발하게 사용하는 신조어나 특이한 약어에도 매우 불편함을 느낀다. 새로운 외래어가 지독히 낯선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그런 언어를 탓하기도 쉽지는 않다. 노인의 언어가 ‘고령자방언’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대간의 소통 장애’는 다가온 것이다.

나이든 세대의 언어를 젊은 세대가 열심히 배우기만 하면 됐던 시기는 이미 저물었다. 노인의 말은 무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노인들이 젊은 언어를 배울 기회는 없다. 세대간 소통 장애는 저절로 해소되지 않는다. 방치하면 점점 더 벌어진다. 늙어도 또 배울 수 있는 기회, 그래서 젊은이들의 새로운 지식을 함께 공유하고 그들의 의견을 이해하고 지지할 수도 있는, 또 젊은이들은 노인들이 왜 매사에 이러저러한 반응만 보이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지속가능한 소통 체계’에 대해 더 늦기 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젊은이들도 점점 늙어간다. 사실 ‘살아간다’는 말과 ‘죽어간다’는 말은 서로 대척점에 있는 반대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의미는 똑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52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04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987
3370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風文 2022.10.07 1117
3369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風文 2022.05.25 1121
3368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1123
3367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1123
3366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風文 2022.06.23 1129
3365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風文 2022.06.07 1130
3364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1132
3363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1132
3362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1132
3361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1134
3360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1137
3359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1140
3358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1141
3357 일고의 가치 風文 2022.01.07 1142
3356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1143
3355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風文 2022.06.28 1146
3354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風文 2022.09.21 1146
3353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1147
3352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148
3351 쓰봉 風文 2023.11.16 1149
3350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1150
3349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1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