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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간

“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대통령),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전적으로…”(새누리당 대표), “개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낡은 정치는 지속될 것…”(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이 되도록…”(같은 당 대변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지난주 국회 연설, 당 대변인 발언에 공통적으로 등장한 열쇳말은 ‘골든타임’이다.

 ‘골든타임’은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한경 경제용어사전), ‘의학적으로 어떤 치료가 효과 있기 위해 행해져야 하는 제한시간’(위키백과)의 의미로 널리 쓰이지만, 예전부터 ‘청취율이나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매스컴대사전, 시사상식사전 등)의 뜻으로 써온 표현이다. ‘골든타임’은 영어가 아니라 일본 조어로, ‘프라임 타임’(prime time)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 정치권 등에서는 ‘시청률’이나 ‘사람 살리기 위한 시급함’보다는 ‘중요한 시기(때, 기회)’와 관련 깊게 쓰인다.

1999년 이전 네이버뉴스 검색 결과는 ‘골든타임’(189건)과 ‘골든아워’(354건), ‘황금시간’(3052건) 등으로 황금시간 쪽이 많았다. 요즘은 ‘골든타임’의 쓰임이 많다. 사용 빈도가 뒤집힌 것은 ‘사건·사고’에 관심이 많아진 세태 변화 때문일 것이다.

쓰임이 어떻든 ‘골든타임’은 금쪽같은 시간, 곧 ‘황금시간’이다. 국립국어원 ‘말다듬기 위원회’와 서울시 ‘국어 바르게쓰기 위원회’가 ‘골든타임’을 ‘황금시간’으로 새삼 다듬은 까닭이다. 올해 8월 이후 두 위원회의 ‘황금시간’을 다룬 뉴스는 각각 11건과 16건뿐이다. 대통령과 여야대표 연설의 ‘골든타임’은 사흘 동안 뉴스에 757건 등장한다. ‘20여건’ 대 ‘750여건’. ‘아래’에서 다듬어도 ‘위’에서 쓰지 않으면 널리 퍼지지 않는다. 아시겠지만, 국어기본법은 국회가 입법했고, 국립국어원장은 정부가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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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 일본어

‘골든타임’은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를 뜻하는 ‘프라임 타임’(prime time)을 일본에서 부르는 말에서 왔다. 지난주 짚어 본 내용이다. 이런 영어를 ‘재플리시’(Japlish) 또는 ‘쟁글리시’(Janglish)라 한다. 아이돌, 스킨십, 백미러, 사인펜, 오토바이, 라이브 하우스, 샌드백, 콘센트, 캠핑카, 아르바이트, 모닝콜…. 일본 위키백과 ‘와세이에이고’(和製英語) 항목에서 열거한 것의 일부이다. 아파트, 리모컨, 레미콘, 슈크림, 테마파크 따위도 일본에서 들어온 얼치기 외래어이다. 일본어가 우리말에 미친 영향은 외래어(외국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말 속 일본어’를 톺아 엮은 사전이 나왔다. 대통령, 헌법, 검사, 철학, 오방떡, 팔방미인, 모험, 전망, 사회, 연애 따위가 일본 한자를 음독한 것이라는 걸 새삼 일깨워주는 말광이다. 이참에 관련 정보를 사전에 반영하면 어떨까 싶다. ‘냄비’가 일본어 ‘나베’(なべ)에서, ‘몽타주’가 프랑스어(montage)에서 왔음을 알리는 것처럼 관련 낱말에 ‘우리말 속 일본어’임을 밝히는 것이다. 사전은 원어를 밝혀주는 구실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게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인지 구별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사전을 엮어낸 이한섭 교수(고려대 일어일문학과)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걱정스러운 것은 어떤 단어가 일본어에서 온 것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영어나 중국어에서 온 말과 같이 외래어의 일부로 보아도 될 시점’이라고 했다. 외래어를 제대로 받아들여 쓰는 것은 언어문화를 풍성하게 가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온 말이니 무조건 쓰지 말자 하는 것은 소아병적 발상이다. 아, ‘소아병’(小兒病)도 일본어에서 온 것이다. 레닌이 1920년에 쓴 글을 일본어로 직역한 ‘공산주의에서의 좌익소아병’(1926년)에서 비롯한 것이니.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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