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화
가톨릭에서는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으로 태어남을 가리켜 '육화(肉化)'라고 한다. 신이 인간의 육신을 받음으로써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곧, '육화'는 '육신으로 변화함'이란 뜻이다. '물화(物化)'는 '사물로 변화함', '귀화(鬼化)'는 '귀신이 됨. 또는 귀신이 되게 함'이란 의미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체화(體化)'라는 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짜인 단어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물체로 변화함. 또는 물체로 변화시킴'이라고 설명돼 있다. 이 정의는 글자의 뜻을 좇아 풀이한 것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실제 언어생활에서 '체화'가 이런 의미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한 작가의 작품을 오랫동안 꾸준히 받아쓰게 되면 그의 문체와 표현기법이 내 것처럼 체화된다" "허풍이 아니라 진실성이 체화돼 저절로 우러나오는 표현이어야 남을 움직일 수 있다" "그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연기 톤을 시종일관 유지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체화했다" 같은 예문을 보자.
이들 문장에서는 '체화'가 어떤 현상이 '몸에 뱀/익음' '충분히 익혀 내 몸의 일부가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됨'을 뜻한다. '물체로 변화함/변화시킴'이란 뜻이 아니라 '체득(體得)'과 비슷한 의미로 쓰였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 훈민정음 국어사전(금성출판사)은 '체화'를 '어떤 능력을 자동적.무의식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몸에 익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일상에서 사용되는 '체화'의 뜻이 사전에 추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5277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1887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6802 |
3062 | 망신 | 風文 | 2023.06.09 | 1790 |
3061 | 프로듀사 | 風文 | 2023.05.30 | 1799 |
3060 | 빛깔 이름/ 염지 | 風文 | 2020.05.18 | 1801 |
3059 | “김” | 風文 | 2023.03.06 | 1802 |
3058 | “영수증 받으실게요” | 風文 | 2024.01.16 | 1813 |
3057 | ‘통일’의 반대말 | 風文 | 2023.01.16 | 1818 |
3056 | 표준발음, 구명동의 | 風文 | 2020.05.08 | 1819 |
3055 | 와이로 / 5678님 | 風文 | 2020.06.05 | 1822 |
3054 | 맞춤법·표준어 제정, 국가 독점?…오늘도 ‘손사래’ | 風文 | 2022.12.12 | 1825 |
3053 | -시- ① / -시- ② | 風文 | 2020.06.21 | 1827 |
3052 | 튀르기예 / 뽁뽁이 | 風文 | 2020.05.21 | 1828 |
3051 | 마마잃은중천공? / 비오토프 | 風文 | 2020.07.03 | 1830 |
3050 | 띄어쓰기 특례 | 風文 | 2022.01.11 | 1830 |
3049 | 김치 담그셨어요? | 風文 | 2024.02.08 | 1836 |
3048 | ‘도와센터’ ‘몰던카’ | 風文 | 2024.01.16 | 1852 |
3047 | 가던 길 그냥 가든가 | 風文 | 2024.02.21 | 1852 |
3046 | 멀쩡하다 / 내외빈 | 風文 | 2020.06.18 | 1866 |
3045 | 돔 / 식해 | 風文 | 2020.06.23 | 1874 |
3044 | ‘시월’ ‘오뉴월’ | 風文 | 2024.01.20 | 1878 |
3043 | 위드 코로나, 아이에이이에이 | 風文 | 2022.10.05 | 1898 |
3042 | 풋 / ‘열’(10) ①, ‘열’(10) ② | 風文 | 2020.05.10 | 1901 |
3041 | 눈으로 말하기 / 언어와 민주주의 | 風文 | 2020.07.08 | 1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