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받치다, 받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봄나들이가 한창이다. 이렇게 외출이 잦은 요즘 호기심 많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아이들에게 차 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면 이럴 때 어떻게 얘기해 줘야 할까. "차 조심해라. 차에 받치면/받히면 큰일 난다."
'받치다'는 두 가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아침에 먹은 것이 자꾸 받쳐서 아무래도 점심은 걸러야겠다"에서와 같이 '먹은 것이 잘 소화되지 않고 위로 치밀다', "맨바닥에서 잠을 자려니 등이 받쳐서 잠이 오지 않는다"에서처럼 '앉거나 누운 자리 바닥이 딴딴하게 배기다', "그는 설움에 받쳐 울음을 터뜨렸다"와 같이 '화 따위의 심리적 작용이 강하게 일어나다'는 의미의 '받치다1'이 있다.
'받치다2'는 "학생들이 공책에 책받침을 받치고 쓴다"에서와 같이 '어떤 물건의 밑이나 안에 다른 물체를 대다', "배경 음악이 그 장면을 잘 받쳐 주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훨씬 감동적이었다"에서처럼 '주변에서 돕다', "아가씨들이 양산을 받쳐 들고 거리를 거닐고 있다"처럼 '비나 햇빛과 같은 것이 통하지 못하도록 우산이나 양산을 펴 들다'는 의미로 쓰인다.
'받히다'는 '받다'의 피동사로 '머리나 뿔 따위에 세차게 부딪히다'는 의미이며, "마을 이장이 소에게 받혀서 꼼짝을 못 한다"와 같이 사용된다. 따라서 "차 조심해라. 차에 받히면 큰일 난다"와 같이 말하는 게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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