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24 15:53

햇빛, 햇볕

조회 수 8693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햇빛, 햇볕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영롱한 서정을 노래한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의 일부다. 시인이 해를 '햇발'로 표현한 것처럼 우리말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또 다른 말로 '햇볕'과 '햇빛'이 있다. 표현의 대상이 같지만 쓰기에 따라 감칠맛이 다르다.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빛(光)이다. 시신경을 자극해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전자기파로 '밝음'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다' '전등빛이 햇빛처럼 밝다' '풀잎마다 맺힌 이슬방울이 햇빛에 반사돼 반짝인다' '여름의 강렬한 햇빛은 녹음을 짙게 한다'처럼 해의 빛과 관계되는 여러 현상을 나타낼 때 쓰인다.

이와 달리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이다. '열(熱)'과 관계되기 때문에 살갗을 통해 자극의 정도를 느낄 수 있으며, 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쓰이는 예도 '햇볕에 피부가 많이 그을렸다' '양지 바른 곳에 앉아 햇볕을 쪼이며 추위를 녹였다' '가을 햇볕에 고추가 잘 말랐다' '산악지대에서는 여름철에도 대낮에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이 엷어지면 냉기가 돈다' 등에서 볼 수 있다.

장마가 시작됐다. 눅눅한 이불에 불쾌해진 주부들, 공을 차는 아이들 모두 평소엔 몰랐지만 한줄기 햇빛과 쨍쨍한 햇볕이 금세 그리워진다.

김준광 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251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916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904
3348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1427
3347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1428
3346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風文 2022.09.05 1429
3345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風文 2022.06.07 1431
3344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1431
3343 북혐 프레임, 인사시키기 風文 2022.05.30 1431
3342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1432
3341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1432
3340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1434
3339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1436
3338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風文 2022.07.26 1437
3337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1437
3336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1439
3335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1440
3334 영어의 힘 風文 2022.05.12 1442
3333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447
3332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1448
3331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風文 2022.05.25 1449
3330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風文 2023.12.30 1449
3329 역사와 욕망 風文 2022.02.11 1455
3328 어떤 반성문 風文 2023.12.20 1455
3327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14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