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12.21 15:16

통음

조회 수 21509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통음

“주정꾼을 가리켜 후(酗, 주정하다)라 한 것은 그 흉덕을 경계함이요, 술그릇에 주(舟, 배)가 있는 것은 배가 엎어지듯 술에 빠질 것을 경계함이지요. 배(盃, 잔)는 풀이하면 ‘불명’(不皿, 가득 채우지 말라)이 되고, 창(戈) 두 개가 그릇(皿) 위에 있는 잔(盞)은 ‘서로 다툼을 경계’한 것이고… ‘술 유’(酉) 부에 졸(卒, 죽다)의 뜻을 취하면 취(醉) 자가 되고 생(生, 살다)이 붙으면 술 깰 성(醒) 자가 되지요.” 다산 정약용이 간밤의 통음했던 자리를 떠올리며 영재 유득공에게 보낸 답장 중에 나오는 말이다. 말년에는 차를 즐겼던 다산이지만 젊었을 때는 작취미성(어제 마신 술이 아직 깨지 아니함)의 날이 없지 않았던 모양이다.

한밤중에 책상치고 벌떡 일어나(中夜拍案起, 중야박안기) / 탄식하며 높은 하늘을 쳐다보네(歎息瞻高穹, 탄식첨고궁) / … /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끓어오르니(念腸內沸, 부념장내비) / 술이나 진탕 마시고 무심으로 돌아가 볼까(痛飮求反眞, 통음구반진) / … / 곰곰 생각하면 속만 타기에(深念焦肺肝, 심념초폐간) / 또 술잔이나 들어 마신다네(且飮杯中, 차음배중록)….

다산이 43살 때 쓴 212행의 한시 ‘하일대주’(夏日對酒, 여름날 술을 앞에 놓고)의 한 대목이다. 집권세력이었던 노론에 밀려 유배생활을 했던 다산이 통음했던 까닭은 자신의 개혁 프로그램을 제대로 펴기 어려웠던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통음(通音)을 위한 통음(痛飮)이기도 했을 것이고.

통음(痛飮)의 뜻은 ‘술을 매우 많이 마심’이고 통음(通音)은 ‘소식이나 편지 따위를 주고받음’이다.(표준국어대사전) ‘음’(音)에는 ‘말, 언어’의 뜻이 있으니 통음(通音)의 한자 뜻을 새겨 넓게 해석하면 ‘말이나 뜻이 통함’이기도 하다. 통음은 곧 ‘소통’인 것이다. 이런 뜻으로, 이번에 뽑힌 새 대통령은 국민을 통음(痛飮)하게 하지 않는 ‘통음(通音)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261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927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4013
3392 '매우''아주''몹시' 바람의종 2008.05.01 7845
3391 '명문'이라는 이름 / 가족의 의미 風文 2020.07.16 2703
3390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1157
3389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654
3388 '밖에'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7.16 11100
3387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1608
3386 '받다'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18 25707
3385 '붓'의 어원 風文 2023.08.18 1980
3384 '사과'의 참뜻 / 사람의 짓 風文 2020.07.14 2256
3383 '상(上)' 띄어쓰기 바람의종 2012.06.13 10330
3382 '숫'을 쓰는 동물 바람의종 2012.09.25 10152
3381 '식해(食)'와 '식혜(食醯)' 바람의종 2009.02.22 7722
3380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바람의종 2008.04.22 9963
3379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上) 바람의종 2008.06.21 6946
3378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下) 바람의종 2008.06.23 6068
3377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中) 바람의종 2008.06.22 5630
3376 '연륙교'의 발음은? 바람의종 2012.01.06 10865
3375 '우레'가 운다 바람의종 2008.05.25 7940
3374 '이' '히' 거참 헷갈리네 바람의종 2008.07.03 7154
3373 '이/가' '을/를' 바람의종 2009.03.27 5703
3372 '자처'와 '자청' 바람의종 2011.05.01 9222
3371 '작'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10.01 1070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