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01.30 18:30

아무개

조회 수 12768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아무개

아무개 아나운서 맞지요?

어느 날 택시 기사가 뜬금없이 내게 건넨 한마디. 방송 잘 듣고 있다, 요즘은 어떤 방송을 하느냐 따위의 말이 이어졌다. 온종일 라디오를 벗하며 사는 택시 기사이니 손님이 누구인지 목소리만으로 알아채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내 이름 석 자까지 아는 기사 아저씨, 왜 ‘강 아나운서’가 아닌 ‘아무개 아나운서’라 했을까.

뉴스를 할 때, 특히 사건 사고 소식을 전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인 ‘모 씨’를 나는 ‘아무개 씨’라 했기에 그랬다. 일테면 ‘고속도로 삼중 추돌 사고로 운전자인 김 모 씨가 숨지고, 함께 타고 있던 박 모 씨 등 두 명이 크게 다쳤습니다’는 ‘… 김 아무개 씨가 … 박 아무개 씨 등 …’으로 말이다. 내가 ‘모 씨’를 ‘아무개 씨’로 전한 이유는 한자말보다 토박이말을 앞세워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특정 성씨의 경우 뜻하지 않게 조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김씨, 이씨에 이어 셋째로 많은 성씨인 박씨가 그렇다. ‘박 모 씨’의 소릿값은 [방모씨]. 기사에서 익명 처리한 ‘박 씨’가 방송 뉴스에서는 ‘방 씨’가 되기도 한다. ‘박 아무개’와 ‘방 아무개’로 하면 헷갈릴 일이 없지 않은가. 이런 까닭에 나는 한동안 ‘아무개’를 고집했다.

말과 글은 하나이면서 그렇지 않기도 하다. 방송말은 뉴스 원고와 구성 대본 같은 글이 바탕이어도 전달은 말로 한다. 소릿값을 제대로 따져 바르게 발음하는 것은 프로그램에 담긴 메시지와 뉴스의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토대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355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16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162
3018 외곬과 외골수 바람의종 2010.04.13 12943
3017 쥐뿔도 모른다 바람의종 2008.01.29 12940
3016 마는, 만은 바람의종 2010.10.11 12932
3015 사위스럽다 바람의종 2010.11.11 12903
3014 섬뜩하다, 섬찟하다 바람의종 2010.11.11 12900
3013 되려, 되레 바람의종 2010.07.17 12899
3012 체제와 체계 바람의종 2010.09.01 12892
3011 12바늘을 꿰맸다 바람의종 2010.12.19 12892
3010 퍼드레기 바람의종 2012.09.28 12875
3009 디귿불규칙용언 바람의종 2010.03.16 12870
3008 언어의 가짓수 바람의종 2007.09.26 12867
3007 군불을 떼다 바람의종 2007.12.28 12864
3006 밥힘, 밥심 바람의종 2010.03.02 12862
3005 가관이다 바람의종 2007.04.28 12840
3004 작다와 적다 바람의종 2010.07.21 12837
3003 접두사 '햇-, 숫-, 맨-' 바람의종 2012.02.01 12836
3002 직업에 따른 영웅 칭호 바람의종 2010.03.16 12817
3001 나즈막한 목소리 바람의종 2011.12.13 12812
3000 뭘로 / 뭐로 바람의종 2012.10.17 12796
2999 맹숭맹숭, 맨송맨송 바람의종 2010.11.01 12795
2998 수능 듣기평가 바람의종 2011.11.25 12786
2997 조우, 해우, 만남 바람의종 2009.07.27 1277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