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4.03 16:45

펜치

조회 수 9339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펜치

외래어

큰 할인매장에 가보면 가족이 함께 들르는 진열대가 있기도 하지만 남녀가 따로 관심을 두는 곳도 있다. 예컨대 여성은 미용 용품, 남성은 자동차 용품이나 공구 쪽에 많이 들른다.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오면 공구 찾는 이가 많아질 터다.

가정용 공구 중 요긴한 것을 들라면 단연 ‘펜치’ 아닐까. ‘펜치’는 흔히 [뻰찌] 또는 [뻰치]라고 일컫는데, 모난 나사를 돌리거나 철사를 자르거나 눕혀서 못을 박는 등 쓸모가 많다. 이 말은 일본말 ‘펜치’(ペンチ)가 건너와 정착된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말 펜치는 영어 ‘핀서스’(pincers)가 바뀐 것이다.

영어에서는 펜치가 플라이어(plier)의 한 종류로 취급된다. 니퍼(nipper) 역시 자르기 전용 플라이어다. 영어 ‘플라이어’는 펜치나 니퍼, 롱노즈(long nose) 같은 집게붙이를 통틀어 이른다. 반면 우리말에서 플라이어는 대개 자동차에 딸린 공구로서, 자르기 기능이 빠진, 그리고 입 크기를 바꿀 수 있는 집게로 통한다.

한편, 속어로 ‘거절당하다’는 표현으로 ‘퇴짜 맞다’가 쓰이는데, 이보다 더 저속하게 느껴지는 ‘뻰찌(뻰치) 맞다’는 표현도 쓰인다. 일본말에서도 펜치와 거절 사이에는 특별한 관련이 없기에, ‘펜치 맞다’는 펜치로 꼬집힘을 당하는 듯한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거절당한다는 우리 나름의 과장 섞인 말이 아닐까 싶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16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57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520
3194 이름 짓기, ‘쌔우다’ 風文 2022.10.24 1263
3193 쌤, 일부러 틀린 말 風文 2022.07.01 1264
3192 배레나룻 風文 2024.02.18 1264
3191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風文 2022.10.15 1265
3190 무술과 글쓰기, 아버지의 글쓰기 風文 2022.09.29 1270
3189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1270
3188 세로드립 風文 2021.10.15 1272
3187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風文 2024.02.17 1272
3186 언어적 적폐 風文 2022.02.08 1273
3185 혼성어 風文 2022.05.18 1274
3184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風文 2022.07.07 1274
3183 수능 국어영역 風文 2023.06.19 1274
3182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風文 2022.09.24 1277
3181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279
3180 깻잎 / 기림비 1 風文 2020.06.01 1283
3179 삼디가 어때서 風文 2022.02.01 1283
3178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283
3177 영어 공용어화 風文 2022.05.12 1284
3176 한글의 약점, 가로쓰기 신문 風文 2022.06.24 1286
3175 선정-지정 / 얼룩빼기 황소 風文 2020.05.15 1289
3174 웃어른/ 윗집/ 위층 風文 2024.03.26 1289
3173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風文 2022.09.14 129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