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9.26 18:49

주소서

조회 수 5902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주소서

언어예절

‘공손함’을 한자락 걸치는 말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주다’는 젖먹이 때부터 익은 말로서, ‘주시다·드리다·올리다·바치다’란 높임말이 있고, ‘달라·다오’는 주로 평대에 쓴다. 하느님·임금 …한테 비는 ‘~ 주시옵소서’ 꼴이 맏높이는 말이다. 이는 남에게 베푸는 맛을 풍기는 까닭에 잘못 쓰면 곤란을 당할 수도 있다. 예컨대 집안 청소를 하면서 “오늘은 어디 청소 한번 해 줄까?”란다면 가족이 듣기에 거북할 터이다. 자기집 일을 하면서 무엇을 베푸는 말투인 까닭이다. 무엇을 요청·애원·청원할 때 ‘-어 주다’ 꼴을 특히 많이 쓴다. 공손한 느낌을 주면서 바라는 뜻을 강조하는 구실을 하는 까닭이다. 문제는 그럴 것까지 없는 말에서도 버릇으로 쓴다는 점이다.

인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앉아서 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타 사항은 배부해드린 유인물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씀해 주시지요/ 저희에게 제일 좋은 학교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주문해 주신 제품은 오늘 발송됩니다 ….(손질한 말 ⇒ ~ 인사하시기 바랍니다/ ~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하십시오/ 말씀하시지요/ ~ 허락하소서/ 주문하신 제품은 ~.)

여기서 ‘주다’는 높임꼴 명사형(주시기)으로 바뀌어 ‘바랍니다’란 말의 목적어가 됐다. 에둘러 말할 때 즐겨 쓰는 서술어(바랍니다)로도 모자라 공손까지 더했으니 ‘공손을 뜬다’는 말을 들을 법하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55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12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086
2974 삐라 바람의종 2008.02.15 5312
2973 봄맞이꽃 바람의종 2008.06.27 5317
2972 니가, 지가 바람의종 2008.11.18 5324
2971 당나귀 file 바람의종 2009.07.23 5330
2970 이력서 바람의종 2008.08.03 5356
2969 설명글 바람의종 2008.08.21 5359
2968 스프링클러, 랜터카 바람의종 2008.06.27 5364
2967 모두에게? 바람의종 2009.03.25 5387
2966 백서 바람의종 2007.07.09 5415
2965 바람의종 2008.09.06 5435
2964 사랑금이 file 바람의종 2009.07.14 5456
2963 시세 조종 바람의종 2008.04.15 5466
2962 댓글 바람의종 2007.11.01 5468
2961 법대로 바람의종 2008.12.26 5476
2960 스펙 바람의종 2009.07.15 5480
2959 세금과 요금 바람의종 2008.05.11 5481
2958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람의종 2008.03.16 5489
2957 쇠고기 바람의종 2008.11.14 5491
2956 보도시 한 절(술) 뜨고 file 바람의종 2010.01.06 5494
2955 이랑마랑 바람의종 2008.11.24 5498
2954 교과서 바람의종 2009.02.20 5504
2953 여우 바람의종 2008.11.26 551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