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9.09 04:13

지나친 완곡

조회 수 4711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지나친 완곡

언어예절

말이 변하긴 하지만 두고 보기가 어려운 것들이 있다. 좋은 말을 버려놓는 노릇도 그렇다.

“옛날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그래서 평소 소신대로 방송 정책의 독립을 위해서 애써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자료실 많은 이용 바라겠습니다.”
"고객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라겠습니다.”

흔히 보고 듣는 말인데, 뭔가 맞갖잖고 어설프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그 화근이 ‘-겠-’인 것을 짚어낼 수 있겠다. ‘-겠-’은 때(미래)를 전제로 ‘추측·예견·의지·가능성·능력’ 따위를 나타내는 서술 보조사다. 듣는이를 생각하여 말투를 누그러뜨리고자 할 때도 쓴다.

위 따온말들을, 될수록 부드럽게, 당장보다는 나중 어느 시점부터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 정도로 헤아려 읽을 수는 있겠다. 그렇지만 ‘바라다’는 ‘현재 의지’로 진행되는 것이지 현재를 뛰어넘은 ‘미래 의지’로 쓸 말이 아니다. 그냥 ‘바란다·바라네·바랍니다’로 써야 솔직하고 간곡해지며 자연스럽다. 같은 계열로 ‘희망하다·소망하다·원하다·기대하다·빌다’ 들이 있는데, 이들도 ‘-겠-’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옆자리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 주신다면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문 좀 닫아 주시겠어요? 자네 좀더 열심히 해야겠어!”처럼 부탁·명령·판단이 개입될 때 ‘-겠-’을 쓰면 좀 간드러지고 조심스런 말투가 되지만, 잘못 쓰면 자칫 과공이 비례가 된다는 말을 듣는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53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06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048
2952 세금 폭탄 바람의종 2009.02.04 5518
2951 님, 임 바람의종 2008.10.22 5526
2950 도탄 바람의종 2007.06.27 5530
2949 앉은부채 바람의종 2008.06.11 5537
2948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中) 바람의종 2008.06.22 5538
2947 '이/가' '을/를' 바람의종 2009.03.27 5605
2946 엉겅퀴 바람의종 2008.03.22 5611
2945 억수로 좋노? 바람의종 2009.08.27 5630
2944 다듬은 말 바람의종 2008.05.22 5643
2943 보루 바람의종 2007.07.13 5646
2942 피로 회복 바람의종 2008.08.27 5649
2941 손톱깍이, 연필깍이 바람의종 2008.10.17 5649
2940 ‘뛰다’와 ‘달리다’ 바람의종 2007.11.05 5654
2939 닭도리탕 바람의종 2008.11.12 5659
2938 각광 바람의종 2007.05.28 5663
2937 더 이상 바람의종 2008.10.26 5679
2936 반딧불이 바람의종 2008.09.07 5682
2935 디려놓곡 내여놓곡 바람의종 2009.04.30 5684
2934 사위질빵 바람의종 2008.03.10 5688
2933 공작 바람의종 2009.03.30 5693
2932 맨 처음, 맨손 바람의종 2008.12.07 5710
2931 바쁘다 바람의종 2008.03.28 572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