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5 03:07

설둥하다

조회 수 7045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설둥하다

“오지두 말아요. 매번 와서는 공연히 마음만 설둥하게 맹글어 놓고 가시면서 ….” (장편소설 <지리산>)

‘맹글다’는 ‘만들다’다. ‘설둥하다’는 어떤 뜻일까? 문맥으로는 ‘설레다’ 정도로 이해되는데 ‘설레다’와 ‘설둥하다’는 어떻게 다를까?

‘설둥하다’는 “얼굴을 본 둥 만 둥 그냥 지나간다”에 쓰인 ‘둥’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둥’은 ‘어떠한 것 같다’의 뜻이다. ‘둥’이 결합된 말로는 ‘미끈둥하다·매끈둥하다·부둥하다’, 북녘말 ‘실둥하다’ 등이 있다. 실둥하다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아니한 듯하다’는 뜻으로 ‘싫다’와 관련이 있다.

‘설둥하다’의 나머지 뜻은 ‘설다’에서 온다. ‘설다’는 ‘밥이 설다’처럼 ‘제대로 익지 않다’, ‘잠이 설다’처럼 ‘(잠이) 넉넉하지 않거나 깊이 들지 않다’, ‘귀에 설다’처럼 ‘익숙하지 않다’ 등으로 쓰인다. 각 의미를 뭉뚱그리면, ‘제대로 되지 않고 모자라는 상황’이라 하겠다. <조선말대사전>에는 ‘글이 설다’처럼 ‘미숙하다’, ‘말이 설다’처럼 ‘이치에 맞지 않다’, ‘사람이 설다’처럼 ‘수양이 모자라다’ 등의 뜻이 더 있는데, 역시 ‘무언가 모자라는 상황’에 포함할 수 있겠다.

‘설둥하다’는 ‘설다’와 ‘둥’이 결합했으므로, ‘제대로 되지 않고 무언가 모자라는 듯하다’ 정도의 뜻으로 볼 수 있겠다. ‘마음을 설둥하게 만들다’는 마음을 전하기는 하는데 무언가 어설프고 부족하게 전달되어 모자란 듯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결국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것이라 하겠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67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19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176
3128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風文 2022.06.30 1470
3127 웃어른/ 윗집/ 위층 風文 2024.03.26 1470
3126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風文 2023.10.18 1473
3125 마라톤 / 자막교정기 風文 2020.05.28 1478
3124 정치의 유목화 風文 2022.01.29 1480
3123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風文 2022.09.23 1481
3122 말다듬기 위원회 / 불통 風文 2020.05.22 1484
3121 괄호, 소리 없는, 반격의 꿔바로우 風文 2022.08.03 1484
3120 한국어의 위상 風文 2022.05.11 1486
3119 ‘시끄러워!’, 직연 風文 2022.10.25 1487
3118 인기척, 허하다 風文 2022.08.17 1491
3117 ‘개덥다’고? 風文 2023.11.24 1492
3116 방방곡곡 / 명량 風文 2020.06.04 1495
3115 지명의 의의 風文 2021.11.15 1495
3114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495
3113 언어적 자해 風文 2022.02.06 1498
3112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風文 2022.10.12 1498
3111 단골 風文 2023.05.22 1499
3110 한자를 몰라도 風文 2022.01.09 1503
3109 너무 風文 2023.04.24 1504
3108 아이 위시 아파트 風文 2023.05.28 1504
3107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風文 2022.08.21 151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