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01 12:39

가야와 가라홀

조회 수 7114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야와 가라홀

땅이름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바탕말들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꼴과 뜻이 바뀌어 고유명사로 쓰일 때는 그 말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낯설 때도 많다. 옛나라 이름 가운데도 이런 것들이 많다. <삼국유사>의 ‘가야’ 쪽 기록도 마찬가지다.

‘수로왕’이나 ‘5가야’의 명칭은 모두 고유명사다. 이들 가야는 모두 ‘가라’ 또는 ‘가락’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점에서 양주동이나 최남선은 ‘가야’의 어원을 ‘가람’과 관련지어 풀이한 바 있다. ‘가람’은 ‘강’을 뜻하는 옛말이다. 낙동강 하류의 여러 갈래마다 나라가 세워지고, 그 나라 이름이 ‘가라’ 또는 ‘가야’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가람’이 낙동강에만 해당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병선의 <한국고대지명연구>에서는 <고려사>의 “간성현(杆城縣·강원도 간성)은 본디 고구려 수성현(守城縣)이었는데, 달리 말하기를 가라홀(加羅忽)이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부분이 보인다. 이를 따르면 ‘가라’는 중세어 ‘거록ㅎ.다’의 어원인 ‘거르다’ 또는 ‘기르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오늘날 ‘길다’, ‘크다’의 뜻이다.

‘가라’를 ‘길다’와 연관지어 해석하고자 하는 논리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가라’가 낙동강 유역의 나라 이름만으로 쓰이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이를 고려한다면 ‘가야’에 들어 있는 ‘가르다’ 또는 ‘길다’와 같은 말들은 땅이름을 형성하는 기초 어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45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95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951
3172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風文 2023.04.18 1408
3171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風文 2022.07.07 1411
3170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風文 2023.06.27 1414
3169 오염된 소통 風文 2022.01.12 1415
3168 한글의 약점, 가로쓰기 신문 風文 2022.06.24 1415
3167 성적이 수치스럽다고? 風文 2023.11.10 1418
3166 한소끔과 한 움큼 風文 2023.12.28 1418
3165 외부인과 내부인 風文 2021.10.31 1421
3164 지식생산, 동의함 風文 2022.07.10 1423
3163 살인 진드기 風文 2020.05.02 1425
3162 주권자의 외침 風文 2022.01.13 1425
3161 혼성어 風文 2022.05.18 1427
3160 지긋이/지그시 風文 2023.09.02 1428
3159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風文 2022.05.26 1430
3158 아카시아 1, 2 風文 2020.05.31 1432
3157 올가을 첫눈 / 김치 風文 2020.05.20 1434
3156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風文 2022.11.18 1434
3155 노랗다와 달다, 없다 風文 2022.07.29 1435
3154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風文 2022.09.14 1435
3153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風文 2022.01.13 1437
3152 ‘부끄부끄’ ‘쓰담쓰담’ 風文 2023.06.02 1439
3151 '마징가 Z'와 'DMZ' 風文 2023.11.25 144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