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04 03:38

여우잠

조회 수 10151 추천 수 29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여우잠

‘깊이 들지 않은 잠’을 ‘여우잠’이라 한다. 여우잠은 남녘 국어사전에 오르지 않았으나 일상생활에서 간혹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두루 쓰는 ‘노루잠·토끼잠·괭이잠·개잠’이 있다. 이들 말은 ‘깊이 들지 않아서 자꾸 놀라 깨는 잠’을 뜻하므로 ‘자꾸 놀라 깬다’는 뜻이 더 있다. 노루와 토끼는 힘센 육식 동물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니 깊은 잠을 안 자는 습성이 있다. 괭이(고양이)는 기원전 1500년께 고대 이집트에서 길들였다는 기록이 있고, 개는 적어도 1만년 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왔다고 한다. 이들은 사람보다 청각이 발달해 작은 움직임이나 소리에도 잠에서 깨기에 깊은 잠을 안 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우잠은 왜 ‘깊이 들지 못한 잠’을 뜻하게 되었을까? ‘노루·토끼’나 ‘괭이·개’와 같은 방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남북이 같이 쓰는 ‘여우볕’은 ‘비나 눈이 오는 날 잠깐 나왔다가 숨어버리는 볕’이고, 남녁말 ‘여우비’는 ‘볕이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이다. 여우볕과 여우비는 ‘잠깐 지속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여우잠’을 이해할 수 있겠다.

‘겉잠’과 관련 지어서도 해석할 수 있다. 겉잠은 ‘겉으로만 눈을 감고 자는 체하는 것’ 혹은 ‘깊이 들지 않은 잠’이다. 앞의 뜻은 여우잠과 관련 지을 수 있다. 여우는 영리하고 교활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곧, ‘잠자는 체하지만 사실 안 자는 것’을 이르는 말로 시작해서 뒤의 뜻으로 쓰인다고 볼 수 있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97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53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506
246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1171
245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風文 2022.06.09 1301
244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風文 2022.06.10 1296
243 개념의 차이, 문화어 風文 2022.06.13 1300
242 동무 생각, 마실 외교 風文 2022.06.14 1233
241 정보와 담론, 덕담 風文 2022.06.15 1326
240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1331
239 새로운 한자어, 이름과 실천 風文 2022.06.18 1275
238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1254
237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風文 2022.06.20 1398
236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1163
235 깨알 글씨,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6.22 1273
234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風文 2022.06.23 1157
233 한글의 약점, 가로쓰기 신문 風文 2022.06.24 1452
232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172
231 가족 호칭 혁신, 일본식 외래어 風文 2022.06.26 1414
230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1165
229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風文 2022.06.28 1170
228 주시경, 대칭적 소통 風文 2022.06.29 1276
227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風文 2022.06.30 1527
226 쌤, 일부러 틀린 말 風文 2022.07.01 1377
225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131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