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22 20:45

누겁다/ 서겁다

조회 수 7134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누겁다/ 서겁다

‘누겁다’는 ‘눅눅한 느낌이 있다’는 뜻이고, ‘서겁다’는 ‘섭섭한 느낌이 있다’는 뜻이다.

“장마철이여서인지 방안이 누거웠다.”(조선말대사전) “오뉴월 겨불도 쬐다나면 서겁다, 짚불도 쬐다나면 서겁다.(우리말글쓰기 연관어대사전)

‘누겁다’와 ‘서겁다’는 ‘눅눅하다’와 ‘섭섭하다’에서 왔다. ‘눅눅하다’에서 ‘눅-’을 취하고, ‘어떤 느낌이 있다’는 뜻을 더하는 ‘-겁’을 결합한 것이다. ‘섭섭하다’도 마찬가지다. ‘눅겁다’에서 ‘누겁다’로, ‘섭겁다’에서 ‘서겁다’로 변한 것은 소리를 쉽게 내고자 함인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같이 쓰는 ‘차갑다/ 헐겁다’를 보면 보통 ‘차다/ 헐다’처럼 한 음절의 형용사에 ‘-겁’이 결합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누겁다/ 서겁다’는 두 음절 형용사의 음절 하나만 취했다. 또 ‘누겁다/ 서겁다’는 남녘의 사전은 물론, 방언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누겁다/ 서겁다’는 북녘에서 만든 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겁’이 형용사 어간에 결합되고, 하나의 음절에만 결합된다는 규칙을 찾을 수 있고, 그 규칙에 맞게 말을 만들었다는 점과 이 말의 뜻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는 점에서 볼 때 잘 만든 말로 여겨진다.

같은 방식으로 ‘~겁다’붙이 형용사를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 ‘분분하다’에서 ‘분겁하다’를 만들고 ‘(의견이) 분분한 듯하다’는 뜻으로 쓰고, ‘딱딱하다’에서 ‘딱갑다’를 만들고 ‘딱딱한 느낌이 있다’의 뜻으로 쓸 수도 있겠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88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48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6455
3238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1383
3237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1384
3236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386
3235 태극 전사들 風文 2022.01.29 1388
3234 깻잎 / 기림비 1 風文 2020.06.01 1389
3233 정보와 담론, 덕담 風文 2022.06.15 1389
3232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1390
3231 있다가, 이따가 風文 2024.01.03 1392
3230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1395
3229 돼지의 울음소리, 말 같지 않은 소리 風文 2022.07.20 1395
3228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1396
3227 ‘며칠’과 ‘몇 일’ 風文 2023.12.28 1396
3226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398
3225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1403
3224 정치인의 애칭 風文 2022.02.08 1406
3223 어떤 문답 관리자 2022.01.31 1407
3222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1408
3221 유신의 추억 風文 2021.11.15 1409
3220 말의 평가절하 관리자 2022.01.31 1410
3219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風文 2022.10.15 1411
3218 정치와 은유(2, 3) 風文 2022.10.13 1417
3217 뉴 노멀, 막말을 위한 변명 風文 2022.08.14 141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