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31 19:29

으악새

조회 수 1008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으악새

오래된 유행가 가운데 가을이 되면 애절하게 가슴을 적시는 “아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짝사랑’) 하는 노랫말에서 ‘으악새’가 나온다. 이를 ‘새’(鳥)로 아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2절에서 ‘뜸북새’도 슬피 운다 하니 더욱 그럴싸하다. 실제로 정재도님은 그것이 물과 관계가 있으며, 봄에 우리나라에 와 논·강·호숫가에서 살다가 가을에 돌아가며 슬피 우는 ‘왜가리’를 일컫는다고 밝힌 바 있다.

‘짝사랑’에 나오는 ‘으악새’와 상관없이 풀이름 ‘억새’의 경기 사투리로 ‘으악새’가 있고, 억새의 옛말에 ‘어웍새’가 있는 것을 보면, 풀이름과 ‘으악새’의 인연도 깊은 듯하다.

‘새’는 우리가 흔히 동물 이름 ‘○○새’를 떠올리지만, 식물 이름 ‘○○새’도 꽤 있다. 그냥 ‘새’라는 풀도 있고, ‘억새’의 준말이 ‘새’이기도 하다. 또한 볏과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한데, ‘기름새/ 나래새/ 드렁새/ 들묵새/ 물뚝새/ 쌀새/ 솔새/ 수수새/ 장고새 …들이 있다. ‘방울새’는 새이름이기도 하지만 풀이름이기도 하고, ‘오리새/ 꼬리새/ 호오리새’ 역시 새이름 아닌 풀이름이다.

주변에 19세기 프랑스 폴 베를렌의 시 〈가을의 노래〉 중 “가을날 비올롱의 긴 흐느낌은 ~”에서 ‘비올롱’을 바이올린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슬피 우는 새로 잘못 알고 그 감정에 푹 빠져서 불문학을 전공해 교수가 되셨다는 분이 있다. 착각에 힘입은 감동이라도 가끔씩은 개입하는 게 삶의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491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149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6202
180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599
179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1596
178 이단, 공교롭다 風文 2022.08.07 1596
177 내일러 風文 2024.01.03 1596
176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1585
175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1585
174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1583
173 돼지의 울음소리, 말 같지 않은 소리 風文 2022.07.20 1583
172 유신의 추억 風文 2021.11.15 1578
171 언어적 적폐 風文 2022.02.08 1575
170 까치발 風文 2023.11.20 1575
169 외래어의 된소리 風文 2022.01.28 1571
168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風文 2022.09.01 1571
167 난민과 탈북자 風文 2021.10.28 1570
166 애정하다, 예쁜 말은 없다 風文 2022.07.28 1570
165 금새 / 금세 風文 2023.10.08 1569
164 말의 바깥, 말의 아나키즘 風文 2022.08.28 1568
163 법과 도덕 風文 2022.01.25 1567
162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1567
161 깨알 글씨,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6.22 1564
160 김 여사 風文 2023.05.31 1563
159 ‘내 부인’이 돼 달라고? 風文 2023.11.01 156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