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1 01:22

떨려나다

조회 수 8952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떨려나다

  ‘생활고, 생활난, 불경기 …’ 같은 말들, 곧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가 줄고, 그나마 직장 다니던 사람들도 갖가지 이유로 물러난 이들이 늘면서 살림살이가 어려움을 뜻하는 말들이 자주 쓰인다. ‘실업’은 ‘일할 뜻도 힘도 있는 사람이 일자리를 잃거나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태’를 이른다. 스스로 직장에서 물러나는 상황은 드물므로 ‘직장에서 물러나는 상황’과 관련된 고유어에는 피동접사 ‘-리-, -기-’가 결합된 말이 많다. ‘내몰리다, 잘리다, 쫓겨나다’ 등이 그렇다. ‘면직당하다, 모가지 당하다’처럼 ‘당하다’가 붙어 쓰이기도 한다. ‘내몰리다’, ‘잘리다’와 비슷한 말이면서 큰사전에 오르지 않은 낱말로 ‘떨려나다’가 있다.

“불경기로 말미암아 직공을 추리는 사품에 한몫 끼어 떨려나고 말았습니다.”(김유정 <아기>)
“그들이 미군 부대에서 떨려나 몇 군데 한국 기관의 말단 노무직을 전전하다가 ….”(박완서 <이별의 김포공항>)
“그들은 결국 뭇매에 쫓겨나듯 그 공사판에서 떨려나고 말았던 것이다.”(이문열 <사람의 아들>)

여기서 ‘떨려나다’는 ‘어떤 장소나 직위에서 내쫓김을 당하다’를 뜻한다. ‘스스로 물러남’의 뜻으로 ‘퇴임’, ‘퇴직’이라는 말을 쓰는데, 외환위기 전후로 ‘희망퇴직’이라는 해괴한 말이 쓰인다. 대부분이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상황인데, ‘희망’과 ‘퇴직’이라는 말을 붙여 상황을 왜곡하는 말의 하나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374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33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335
136 ‘외국어’라는 외부, ‘영어’라는 내부 風文 2022.11.28 1631
135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風文 2022.11.30 1304
134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風文 2022.12.01 1595
133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446
132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481
131 평어 쓰기, 그 후 / 위협하는 기록 風文 2022.12.07 1999
130 맞춤법·표준어 제정, 국가 독점?…오늘도 ‘손사래’ 風文 2022.12.12 1779
129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332
128 ○○노조 風文 2022.12.26 1399
127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1289
126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400
125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545
124 ‘통일’의 반대말 風文 2023.01.16 1773
123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1247
122 국가의 목소리 風文 2023.02.06 1566
121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329
120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1338
119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1293
118 “김” 風文 2023.03.06 1749
117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319
116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521
115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50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