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오래도록 전라 방언을 써 온 나이 든 분들은 ‘집에서’를 [집이서]로, ‘논에서’를 [논으서]로 소리 낸다. 또한 ‘하고’를 [허고]로, ‘하려면’을 [헐라먼, 힐라먼]으로 소리 낸다. 여기서 전라 사투리에서는 모음 [에] 대신 [으, 이]로, [아] 대신 [어]로 소리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모음은 높은 음으로 혀 앞에서 발음하고, [으] 모음은 높은 음으로 혀 가운데서 소리를 낸다. [어] 모음은 약간 높은 음으로 혀 가운데서 발음하기 때문에 낮은 음이면서 혀 가운데서 발음하는 [아] 모음보다 훨씬 소리 내기가 쉽다. 같은 환경에서 [으]를 가장 짧게 발음하고, [애, 아]를 가장 길게 소리 낸다. 높은 음인 [이, 우, 으]는 다른 모음들보다 소리가 짧다. 이처럼 토씨에 쓰이는 모음은 대체로 짧게 발음하는 모음을 사용하면서 발음을 짧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를 [핵교]라 하고, ‘고기’를 [괴기]라고 소리 내는 것도 역시 발음을 쉽게 하고자 하는 방편이다. ‘형’을 [성]이라 하고, ‘기름’을 [지름]이라고 하는 것도 발음을 쉽게 하려고 바꾸어내는 발음이다. 자음 [ㅎ]은 목에서 나는 파열음인데, 이 소리를 마찰음 [ㅅ]으로 바꾸어 소리내기를 쉽게 하고 있다.
사투리에서 사용하는 발음을 해당 지역의 말투로 간단히 처리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방언의 독특한 발음들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고 경제적으로 변화한 언어 현상인 까닭이다.
이태영/전북대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60450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6964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21949 |
26 | 딱 그 한마디 | 風文 | 2021.09.06 | 1049 |
25 | 악담의 악순환 | 風文 | 2021.09.13 | 1030 |
24 | 언어 경찰 | 風文 | 2021.09.02 | 1015 |
23 | 고령화와 언어 | 風文 | 2021.10.13 | 1010 |
22 | 선교와 압박 | 風文 | 2021.09.05 | 999 |
21 | 상투적인 반성 | 風文 | 2021.10.10 | 993 |
20 | 또 다른 이름 | 風文 | 2021.09.05 | 981 |
19 | 서거, 별세, 타계 | 風文 | 2024.05.08 | 978 |
18 | 어버이들 | 風文 | 2021.10.10 | 977 |
17 | ‘수놈’과 ‘숫놈’ | 風文 | 2024.05.08 | 964 |
16 | 아무 - 누구 | 風文 | 2020.05.05 | 943 |
15 | 군인의 말투 | 風文 | 2021.09.14 | 943 |
14 | 공공 재산, 전화 | 風文 | 2021.10.08 | 937 |
13 | 정치인들의 말 | 風文 | 2021.10.08 | 937 |
12 | 또 다른 공용어 | 風文 | 2021.09.07 | 925 |
11 | 법률과 애국 | 風文 | 2021.09.10 | 911 |
10 | 무제한 발언권 | 風文 | 2021.09.14 | 910 |
9 |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 風文 | 2024.05.10 | 906 |
8 | 잡담의 가치 | 風文 | 2021.09.03 | 905 |
7 | 언어적 주도력 | 風文 | 2021.09.13 | 896 |
6 | 말의 권모술수 | 風文 | 2021.10.13 | 848 |
5 |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 風文 | 2024.05.10 | 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