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2.06 06:15

'넓다'와 '밟다'

조회 수 130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넓다'와 '밟다'

소월의 ‘진달래꽃’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애송하는 시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시를 접할 때마다 가끔씩 마음이 불편해질 때가 있다. 바로 이 대목이다.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밟고’의 표준 발음은 〔밥:꼬〕이지만 열에 일고여덟은 ‘즈려 밥:꼬’가 아니라 ‘즈려 발꼬’로 발음한다. 시에 집중하지 못하고 요샛말로 사소한 데 지적질이냐고 하실 분도 있겠다. 인정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직업병인 듯싶으니까.

겹받침 ‘ㄹㅂ’은 〔ㄹ〕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다. ‘넓다’는 〔널따〕 , ‘짧다’는 〔짤따〕, ‘엷다’는 〔열따〕, ‘여덟’은 〔여덜〕이 표준 발음이다. 간혹 〔넙따〕 〔짭따〕 〔엽따〕 〔여덥〕 등으로 발음하는 경우를 보는데 주로 호남 방언을 쓰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겹받침 ‘ㄹㅂ’이 〔ㅂ〕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다. ‘밟다’가 그렇다. 밟다 〔밥:따〕 , 밟고 〔밥:꼬 〕, 밟지 〔밥:찌〕, 밟는 〔밥:는 → 밤:는〕으로 발음한다. 〔발따〕 〔발꼬〕 〔발찌〕 는 표준발음이 아니다. 예외가 또 있다. ‘넓-’은 파생어나 합성어의 경우에는 〔넙-〕으로 발음한다. 넓죽하다는 〔넙쭈카다〕, 넓둥글다는 〔넙뚱글다〕로 발음한다.

‘맑다’와 ‘밝다’도 〔말따〕 〔발따〕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다. 겹받침 ‘ㄹㄱ’은 말끝이나 자음 앞에서 〔ㄱ〕으로 발음한다. 따라서 〔막따〕〔박따〕가 맞다. 다만 뒤에 오는 자음이 ‘ㄱ’인 경우에는 〔ㄹ〕로 발음한다. 따라서 ‘맑게’는 〔말께〕, ‘밝고’는 〔발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너무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일이 원칙을 따지는 것보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입에 익히는 것이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8299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94723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9665
    read more
  4. 가짜와 인공

    Date2023.12.18 By風文 Views1058
    Read More
  5. '넓다'와 '밟다'

    Date2023.12.06 By風文 Views1305
    Read More
  6. 드라이브 스루

    Date2023.12.05 By風文 Views1306
    Read More
  7. 상석

    Date2023.12.05 By風文 Views1124
    Read More
  8. 흰 백일홍?

    Date2023.11.27 By風文 Views1610
    Read More
  9. '마징가 Z'와 'DMZ'

    Date2023.11.25 By風文 Views1265
    Read More
  10. 반동과 리액션

    Date2023.11.25 By風文 Views1213
    Read More
  11. ‘개덥다’고?

    Date2023.11.24 By風文 Views1378
    Read More
  12. 내색

    Date2023.11.24 By風文 Views1001
    Read More
  13. '밖에'의 띄어쓰기

    Date2023.11.22 By風文 Views1187
    Read More
  14. 몰래 요동치는 말

    Date2023.11.22 By風文 Views1079
    Read More
  15. 군색한, 궁색한

    Date2023.11.21 By風文 Views1111
    Read More
  16. 주현씨가 말했다

    Date2023.11.21 By風文 Views1249
    Read More
  17. ‘가오’와 ‘간지’

    Date2023.11.20 By風文 Views1209
    Read More
  18. 까치발

    Date2023.11.20 By風文 Views1209
    Read More
  19. 쓰봉

    Date2023.11.16 By風文 Views1104
    Read More
  20. 부사, 문득

    Date2023.11.16 By風文 Views1013
    Read More
  21. 저리다 / 절이다

    Date2023.11.15 By風文 Views1197
    Read More
  22. 붓다 / 붇다

    Date2023.11.15 By風文 Views1232
    Read More
  23. 후텁지근한

    Date2023.11.15 By風文 Views1300
    Read More
  24. 조의금 봉투

    Date2023.11.15 By風文 Views1178
    Read More
  25. 본정통(本町通)

    Date2023.11.14 By風文 Views1261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