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4.26 10:49

용찬 샘, 용찬 씨

조회 수 14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용찬 샘, 용찬 씨

우리 과 학생들 가운데 몇몇은 나를 부르거나 가리켜 이를 때 ‘용찬 샘’이라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아무리 봐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용찬 샘’을 ‘용찬 선생님’으로 고쳐 부르거나 가리켜 이른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아랫사람인 학생이 윗사람인 나를 부르거나 가리켜 이를 때에는 그냥 ‘선생님’이라 하거나, 성명 뒤에 ‘선생님’을 붙여 ‘박용찬 선생님’이라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예의에 맞는다. 간혹 이름을 뺀 성 뒤에 ‘선생님’을 붙여 ‘박 선생님’이라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박용찬 선생님’이라 하는 것이 더 예의에 맞는다. 이는 외국 사람을 부르거나 가리켜 이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또는 ‘오마바 대통령’이라 하지 ‘버락 대통령’이라 하지 않는다.

한편 우리말에는 그 사람을 높여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쓰이는 ‘씨’가 있다. 그런데 ‘씨’는 더 이상 ‘높임’의 의미를 갖는 말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윗사람이 아닌,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박용찬 씨’ ‘용찬 씨’라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데서 얼마간 알 수 있다. ‘씨’가 ‘높임’의 의미를 잃게 됨에 따라 20세기 중반부터 그 사람을 높여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씨’대신 ‘님’이 쓰여 왔다. 비격식적인 자리에서는 친근함을 드러내기 위해 ‘용찬 님’을 쓰기도 한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는 예의에 맞는 부름말과 가리킴말을 골라 써야 한다. 비격식적인 자리에서는 친근함을 드러내기 위해, 덜 예의를 차린 부름말과 가리킴말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친근함을 넘어서서 결례가 되는 말이라면 그 사용을 삼가야 한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44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99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878
3238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風文 2022.11.09 1540
3237 말의 평가절하 관리자 2022.01.31 1541
3236 적과의 동침, 어미 천국 風文 2022.07.31 1545
3235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風文 2022.10.15 1545
3234 저리다 / 절이다 風文 2023.11.15 1545
3233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1546
3232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1547
3231 뉴 노멀, 막말을 위한 변명 風文 2022.08.14 1549
3230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549
3229 순직 風文 2022.02.01 1552
3228 ‘선진화’의 길 風文 2021.10.15 1553
3227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1553
3226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1556
3225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557
3224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1558
3223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560
3222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1560
3221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1563
3220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1563
3219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564
3218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1564
3217 마라톤 / 자막교정기 風文 2020.05.28 156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