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12 22:37

오염된 소통

조회 수 9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염된 소통

역사를 들여다보면 왕실의 외척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의 정치 상황과 결부시켜 다시 보니 옛날의 외척은 요즘의 비선 조직이 아니었을까? 그들은 공적인 소통 통로를 사적인 연유로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시대를 달리하면서 일종의 유의 관계에 있는 셈이다.

모든 공적 조직은 공적인 소통의 통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비교적 개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통로를 통해 이루어진 온갖 대화를 문서로 남긴다. 그래서 공적인 언어는 재구성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사적인 관계도 사적인 소통의 통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소통은 문서를 보존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재구성이 잘 안된다. 은밀하게 폐쇄적인 부분이 많기도 하다. 게다가 객관화가 잘 안되는 감성적인 부분도 많다. 많은 경우에 공적인 소통을 사적으로 오염시키기 쉽다.

공적 조직에서 사적인 이익 추구가 문제되는 것은 공적인 이익을 사적인 이해관계보다 하위 개념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조직의 책임자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외부의 눈초리보다 자신의 마음과 자신의 말이다. 공적인 업무에 사적인 그늘이 지게 되면 주저하지 말고 공적인 업무에서 손을 떼거나 사사로움과 단호하게 단절하는 것이 올바르고 안전한 자세이다.

대학에서 교수 자녀들이 같은 대학의 입시에 응시할 때면 당연히 출제와 채점 과정에서 해당 교수를 배제한다. 사적인 이익이 공적인 업무를 방해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출제를 하는 것도 해당 교수를 공익의 울타리 안에 가두어 보호하기 위해서다. 만일 이 보호막에 구멍을 낸다면 당연히 그는 용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740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391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8883
3146 산오이풀 바람의종 2008.04.07 6879
3145 ‘고마미지’와 ‘강진’ 바람의종 2008.04.08 7911
3144 일터 말 바람의종 2008.04.08 9310
3143 밸과 마음 바람의종 2008.04.09 8170
3142 비비추 바람의종 2008.04.10 6551
3141 버들과 땅이름 바람의종 2008.04.10 7809
3140 일벗 사이 바람의종 2008.04.13 9677
3139 곧은밸 바람의종 2008.04.13 6424
3138 분꽃 바람의종 2008.04.14 7018
3137 거제의 옛이름 ‘상군’(裳郡) 바람의종 2008.04.15 8425
3136 인사 바람의종 2008.04.15 9676
3135 영양과 ‘고은’ 바람의종 2008.04.16 10433
3134 인사말 바람의종 2008.04.17 7055
3133 통장을 부르다 바람의종 2008.04.17 11286
3132 쑥부쟁이 바람의종 2008.04.19 7188
3131 금산과 진내을 바람의종 2008.04.19 6735
3130 나들이 바람의종 2008.04.20 8501
3129 기윽 디읃 시읏 바람의종 2008.04.20 10825
3128 논개 바람의종 2008.04.21 8169
3127 꽃무릇 바람의종 2008.04.21 5940
3126 술이홀과 파주 바람의종 2008.04.22 7362
3125 예식장 바람의종 2008.04.22 669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