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11 07:59

공화 정신

조회 수 173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공화 정신

민주주의 체제에 위기를 느끼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우리의 정치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국호인 ‘대한민국’의 ‘민국’이란 말은 공화국을 일컫는다. 기원전 842년 중국 주나라의 여왕이라는 사람은 폭정을 일삼다가 쫓겨난다. 그래서 13년 동안이나 ‘왕이 없는’ 정권이 생겨났었다. 그 기간에 신하들이 함께 어울려 정치를 했다는 뜻으로 ‘공화’라고 한다. 이 말을 근대 전환기에 유럽의 ‘공화제’를 번역하는 데에 이용하여 지금의 공화국 같은 말이 생겨났다.

그런데 국호에 ‘공화국’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민국’이란 말을 붙이는 나라는 우리와 중화민국(대만)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공화국이라 한다. 그나마 우리는 중화민국을 승인도 하지 않고 있으니 우리만 좀 낡은 국호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늘 제대로 된 공화제 정치를 맛본 일이 없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함께 어울려 하는 정치’는 현실 정치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으로 보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민주 정치라는 것이 거의 아귀다툼의 정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 본다면 정치라는 것이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꿈과 낭만을 성취해 가는 작업이 아니겠는가?

공화라는 말의 기원은 통치자의 부재에서 비롯했으나 앞으로의 공화제는 통치자의 개념보다는 좀 더 ‘화합 정치’ 쪽으로 무게의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 민주제도가 오래된 나라일수록 막강한 통치자의 능력보다는 손발을 잘 맞추는 유능한 직업 정치인들에게 의존한다. 황제 같은 권위주의적 통치자를 두고 어찌 그것을 공화제라 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위기는 권위주의를 벗어나 좀 더 나은 정치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각성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957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08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0962
3150 기림비 2 / 오른쪽 風文 2020.06.02 1634
3149 성적이 수치스럽다고? 風文 2023.11.10 1634
3148 성인의 세계 風文 2022.05.10 1635
3147 콩글리시 風文 2022.05.18 1635
3146 위탁모, 땅거미 風文 2020.05.07 1636
3145 북한의 ‘한글날’ 風文 2024.01.06 1638
3144 노랗다와 달다, 없다 風文 2022.07.29 1639
3143 지긋이/지그시 風文 2023.09.02 1645
3142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風文 2022.09.03 1649
3141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風文 2022.09.24 1650
3140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風文 2023.10.18 1651
3139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657
3138 맞춤법을 없애자, 맞춤법을 없애자 2 風文 2022.09.09 1660
3137 풀어쓰기, 오촌 아재 風文 2022.10.08 1662
3136 국가의 목소리 風文 2023.02.06 1663
3135 ‘시끄러워!’, 직연 風文 2022.10.25 1666
3134 인기척, 허하다 風文 2022.08.17 1667
3133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風文 2022.10.12 1670
3132 한소끔과 한 움큼 風文 2023.12.28 1671
3131 지도자의 화법 風文 2022.01.15 1673
3130 아이 위시 아파트 風文 2023.05.28 1673
3129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67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