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0.08 23:49

공공 재산, 전화

조회 수 69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공공 재산, 전화

서비스업에는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언어가 기본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고 보면 서비스업은 일종의 언어적 노동이라고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육체노동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안전’이다. 몸을 다칠 가능성이 큰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비스업에서, 아니 언어적 노동에서 ‘노동 안전’처럼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언어 예절’이다. 언어 예절을 훼손하면 마음에 상처를 깊이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언어 예절을 달리 말하면 ‘안전한 언어’라고도 할 수 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상처를 받지 않는 그러한 언어 말이다.

특히 전화를 이용하여 언어적인 서비스를 하려면 서비스 제공자도 고객도 언어의 질서와 규율을 아주 잘 지켜야 한다. 이에 어긋나면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툼과 갈등도 벌어진다. 서로 마주 보는 대화에서는 표정까지도 신경이 쓰이게 마련인데 얼굴도 안 보고 대화를 하다 보면 말을 함부로 하기 쉽지 않겠는가. 그 때문에 이런 익명성을 악용한 사례가 자주 생긴다. 특히 상대방이 ‘항상 친절하게 말을 해야 하는’ 전화 상담자들일 경우에 더욱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콜센터 같은 곳에서 자주 경험한다는 이른바 ‘전화 갑질’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까닭 중의 하나는 전화 단말기가 개인 소유물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전화와 관련된 시설물과 전파는 엄연히 공적인 재산이다. 이렇게 사회적 공유물이기도 한 전화로 욕설을 퍼붓거나 모욕을 하는 짓은 당연히 법적인 제재가 따라야 한다. 보이스피싱이 남의 재산을 훔치는 짓이라면 전화 갑질은 남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위험한 짓이다. 공공 도로에서 노점을 차리거나 마음대로 주차를 해보자. 다친 사람이 전혀 없어도 단속의 대상이 된다. 전화 갑질은 그냥 재수 없는 일 당했다고 우물우물 지나칠 일이 절대 아니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9391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086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new
    by 風文
    2024/05/31 by 風文
    Views 23 

    “산따” “고기떡” “왈렌끼”

  5. No Image new
    by 風文
    2024/05/31 by 風文
    Views 27 

    “사겨라” “바꼈어요”

  6. No Image 29May
    by 風文
    2024/05/29 by 風文
    Views 34 

    ‘Seong-jin Cho’ ‘Dong Hyek Lim’ ‘Sunwook Kim’

  7. No Image 29May
    by 風文
    2024/05/29 by 風文
    Views 60 

    어이없다

  8. No Image 10May
    by 風文
    2024/05/10 by 風文
    Views 433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9. No Image 10May
    by 風文
    2024/05/10 by 風文
    Views 484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10.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504 

    ‘수놈’과 ‘숫놈’

  11.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553 

    서거, 별세, 타계

  12. No Image 03Sep
    by 風文
    2021/09/03 by 風文
    Views 633 

    잡담의 가치

  13. No Image 13Oct
    by 風文
    2021/10/13 by 風文
    Views 637 

    말의 권모술수

  14.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684 

    무제한 발언권

  15.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685 

    군인의 말투

  16.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693 

    공공 재산, 전화

  17.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698 

    정치인들의 말

  18. No Image 07Sep
    by 風文
    2021/09/07 by 風文
    Views 700 

    또 다른 공용어

  19. No Image 10Sep
    by 風文
    2021/09/10 by 風文
    Views 703 

    법률과 애국

  20.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731 

    악담의 악순환

  21.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743 

    언어적 주도력

  22.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754 

    상투적인 반성

  23. No Image 05May
    by 風文
    2020/05/05 by 風文
    Views 775 

    아무 - 누구

  24.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788 

    어버이들

  25. No Image 13Oct
    by 風文
    2021/10/13 by 風文
    Views 811 

    고령화와 언어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