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09.13 13:40

악담의 악순환

조회 수 77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악담의 악순환

남과 북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짜증과 감정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 자칫 작은 분노가 엄청난 사건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그런 식으로 터졌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분노의 폭발보다 상황의 안전한 관리가 더 필요하다. 화날 때마다 화내고, 짜증날 때마다 흥분하는 짓은 사춘기로 끝을 내야 성인이 된다.

언어는 착한 구실만 하는 도구가 아니다. 남들에게 악담이나 험담을 할 때는 거의 흉기나 다름없다. 남한테 모진 말을 하면 거꾸로 자신에게도 안 좋은 말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생각 있는 사람들은 못마땅한 일이 있거나 속이 끓는 일이 있어도 험한 말을 삼가고 마음을 조용히 삭인다.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기보다는 전체의 판세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적대적인 갈등을 이용하여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싶을 때는 상대방을 약 올리고 싶어진다. 약이 오른 사람들은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들은 약이 올라도 약이 안 오른 척한다. 그래야 약을 올리려는 사람들이 제풀에 주저앉는다.

수가 낮은 사람들은 상대방이 약을 올리면 펄펄 뛰면서 흥분한다. 그래서 상대방을 같이 욕해 주는 사람의 편을 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태를 그르치고 손해를 뒤집어쓴다. 결국은 같이 상대방을 욕하면서 자신을 흥분시킨, 그래서 자신이 편들었던 사람한테까지 이용당하기 쉽게 된다.

말을 순하게, 착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하는 것은 고루한 도덕률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악담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결국은 약을 올린 사람만이 이익을 보고 약올라했던 사람들은 이용만 당하기 때문에 그러한 사태를 경계하는 교훈이다. 남과 북의 갈등은 그렇기 때문에 흥분 상태에서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깊은 계산을 하면서 조심조심 다가서야 하는 일이다. 그것이 가장 이익이 많이 남는 전략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61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11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075
3414 선교와 압박 風文 2021.09.05 846
3413 고령화와 언어 風文 2021.10.13 848
3412 언어 경찰 風文 2021.09.02 855
3411 재판받는 한글 風文 2021.10.14 874
3410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891
3409 딱 그 한마디 風文 2021.09.06 897
3408 치욕의 언어 風文 2021.09.06 935
3407 편한 마음으로 風文 2021.09.07 963
3406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風文 2022.09.17 964
3405 배뱅잇굿 風文 2020.05.01 968
3404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風文 2022.09.10 974
3403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風文 2022.10.09 980
3402 대명사의 탈출 風文 2021.09.02 998
3401 거짓말, 말, 아닌 글자 風文 2022.09.19 1002
3400 귀순과 의거 관리자 2022.05.20 1008
3399 비판과 막말 風文 2021.09.15 1020
3398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1024
3397 막냇동생 風文 2023.04.20 1026
3396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1032
3395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風文 2022.09.18 1037
3394 내색 風文 2023.11.24 1047
3393 뒷담화 風文 2020.05.03 10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