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10.04 18:39

커피샵

조회 수 11620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커피샵

우리가 쓰는 말에는 고유어가 있고 외래어가 있다. 본디부터 있던 우리말이나 그 말들이 어우러져 새로 만들어진 말이 고유어이고, 다른 나라에서 들어와서 우리말처럼 쓰이는 말이 외래어다. 하늘·땅·바다 등이 고유어이고, 피아노·텔레비전·택시 등이 외래어다. 우리말에서 한자어는 딱히 외래어라고 하기 어렵다. 쓰임의 역사가 길고, 우리가 만들어 쓰는 한자어도 있기 때문이다. 이숭녕 선생은 생전에 한자어를 준고유어라고 했다.

외래어는 외국어가 아니다. 외국어를 받아들여 우리말로 삼은 이상, 그 말의 씀씀이는 더 이상 외국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변화가 있더라도 우리말 체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서울 강남의 고즈넉한 커피샵에서 만난 그녀는 톱스타와 아줌마의 양극단을 경험하고…”

스포츠지 기사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외래어표기법 규정에 맞게 적으면 ‘커피샵’은 ‘커피숍’이다. 우리는 영어 단어 ‘shop’을 우리말로 받아들여 ‘숍’이란 이름으로 호적에 올렸다. 이 말의 본고장인 영국이나 미국에서 이 말의 발음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우리의 ‘숍’은 언제나 ‘숍’이다. 우리가 바꾸지 않는 이상.

그런데 문자 매체에서는 비교적 ‘커피숍’으로 바르게 적고 있지만, 전파 매체에서는 ‘커피샵’을 선호한다. 이런 말은 주로 본토 발음깨나 한다는 사람들이 퍼뜨리고 있다. 자기의 영어 실력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탑텐’이 ‘톱텐’보다 반짝이는 말인가. 영어 실력 자랑하려다가 자칫 제 나라 말에 서툰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794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43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336
3128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364
3127 대화의 어려움, 칭찬하기 風文 2022.06.02 1365
3126 괄호, 소리 없는, 반격의 꿔바로우 風文 2022.08.03 1367
3125 성인의 세계 風文 2022.05.10 1369
3124 아카시아 1, 2 風文 2020.05.31 1373
3123 ‘개덥다’고? 風文 2023.11.24 1374
3122 한자를 몰라도 風文 2022.01.09 1376
3121 개양귀비 風文 2023.04.25 1380
3120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風文 2022.09.03 1381
3119 살인 진드기 風文 2020.05.02 1383
3118 웰다잉 -> 품위사 風文 2023.09.02 1387
3117 올가을 첫눈 / 김치 風文 2020.05.20 1388
3116 “영수증 받으실게요” 風文 2024.01.16 1391
3115 벌금 50위안 風文 2020.04.28 1392
3114 가던 길 그냥 가든가 風文 2024.02.21 1394
3113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風文 2022.10.12 1395
3112 단골 風文 2023.05.22 1404
3111 정치의 유목화 風文 2022.01.29 1406
3110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406
3109 ‘도와센터’ ‘몰던카’ 風文 2024.01.16 1408
3108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風文 2022.09.23 1409
3107 독불장군, 만인의 ‘씨’ 風文 2022.11.10 141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