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4.26 18:00

쿠사리

조회 수 12084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쿠사리

인간의 언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요즘 가장 흔하게 통용되는 설에 따르면 지구상에 약 6000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소쉬르 이후 이런 인간 언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많은 연구가 돼 있으나, 비속어나 욕설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다. 대개 글말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다 보니 문자 기록 대상인 고상한 말을 주로 다루게 되어, 문자로 기록되지 못했으면서 정서적으로 관심이 덜한 비속어와 욕설을 빠뜨린 탓이 가장 크다.

우리 외래어에도 비속어에 속하는 것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쿠사리’이다. 재미있게도 이는 비속어가 매우 적다는 일본말에서 왔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실은 ‘면박’, ‘꾸중’, ‘핀잔’을 뜻하는 일본말에는 ‘쿠사리’와 비슷한 것이 없다. 소리로 보아 ‘쿠사리’의 어원으로 생각되는 것은 ‘구사리’(くさり)인데, 이는 ‘썩다’라는 뜻의 동사 ‘구사루’(くさる)의 명사형이어서 ‘썩음, 썩은 것, 썩은 부분, 썩은 정도’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것도 우리가 쓰는 ‘쿠사리’의 어원으로 삼기는 부족하다. 그보다 더 가능성이 있는 것은 ‘구사레’(くされ)인데, 이는 ‘구사리’의 뜻으로도 쓰이면서 욕설로서 명사 앞에 놓여 ‘더러운’, ‘썩어빠진’이라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くされ 人間’은 ‘더러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욕설을 듣게 되면 당연히 면박이 될 것이며, 이 ‘구사레’가 나중에 발음이 변하여 ‘쿠사리’가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789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458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9415
3128 맞춤법을 없애자, 맞춤법을 없애자 2 風文 2022.09.09 1637
3127 ‘폭팔’과 ‘망말’ 風文 2024.01.04 1638
3126 '넓다'와 '밟다' 風文 2023.12.06 1640
3125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風文 2022.10.12 1644
3124 지도자의 화법 風文 2022.01.15 1645
3123 너무 風文 2023.04.24 1648
3122 단골 風文 2023.05.22 1650
3121 지명의 의의 風文 2021.11.15 1656
3120 인기척, 허하다 風文 2022.08.17 1656
3119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657
3118 형용모순, 언어의 퇴보 風文 2022.07.14 1658
3117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1.07 1661
3116 언어적 자해 風文 2022.02.06 1663
3115 후텁지근한 風文 2023.11.15 1666
3114 참고와 참조 風文 2023.07.09 1669
3113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670
3112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風文 2022.12.01 1675
3111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風文 2022.08.21 1679
3110 납작하다, 국가 사전을 다시? 주인장 2022.10.20 1684
3109 국어 영역 / 애정 행각 風文 2020.06.15 1685
3108 공화 정신 風文 2022.01.11 1687
3107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風文 2022.09.23 168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