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03 17:04

실레마을과 시루

조회 수 7614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실레마을과 시루

땅이름

김유정이 태어난 마을 이름은 실레마을이다. 한자어로는 ‘증리’(甑里)라 하니 이는 곧 떡을 찌는 ‘시루’를 뜻한다. 김유정은 “춘천읍에서 한 이십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만 마을”로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득한 마을로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라고 묘사하였다.

땅이름 가운데는 땅의 모양에서 생겨난 것들이 많다. 실레마을이 시루를 닮은 데서 비롯된 것처럼 시루를 닮은 산을 ‘시루뫼’ 또는 ‘증봉’, ‘증산’이라고 부른다. ‘시루봉’은 분지를 이룬 마을에서는 비교적 자주 발견되며, 시루의 방언인 ‘시리’, ‘실리’, ‘실기’, ‘슬구’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시루의 겉모습이 둥긋한 데 비해 시루의 안쪽은 옴팍하게 파여 있으니, 김유정의 고향 마을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실레’라 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집이라야 대개 쓰러질 듯한 헌 초가요, 그나마도 오십 호밖에 못 되는 빈약한 촌” 마을인 실레마을에서 “주위가 이렇게 시적이니만치 그들의 생활도 어디인가 시적이고 어수룩하고 꾸밈이 없다”는 김유정의 <봄봄> 마을.

땅이름은 사람이 붙인 것이지만, 사람들은 다시 그 이름을 닮아가며 살아간다. 생강나무를 동백꽃이라 하고, 지주와 빚쟁이들이 무서워 제 논의 벼를 수확하지 못한 채 몰래 베어 먹어야 하는 동생을 위해 밤새 도둑을 지키는 형을 ‘만무방’(염치없이 막돼먹은 사람)이라 부르는 순박함이 실레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였음을 김유정의 작품에서 읽어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4610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91063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6264
    read more
  4. 보도자료

    Date2008.05.06 By바람의종 Views4324
    Read More
  5. 소와리골

    Date2008.05.06 By바람의종 Views7102
    Read More
  6. 벌개미취

    Date2008.05.05 By바람의종 Views6855
    Read More
  7. 금덩이·은덩이

    Date2008.05.05 By바람의종 Views10453
    Read More
  8. 갑작사랑

    Date2008.05.05 By바람의종 Views7275
    Read More
  9. 떡값

    Date2008.05.03 By바람의종 Views6702
    Read More
  10. 실레마을과 시루

    Date2008.05.03 By바람의종 Views7614
    Read More
  11. 다정큼나무

    Date2008.05.01 By바람의종 Views8739
    Read More
  12. 망이·망쇠

    Date2008.05.01 By바람의종 Views9367
    Read More
  13. 갑작힘

    Date2008.04.30 By바람의종 Views8035
    Read More
  14. 궂긴소식

    Date2008.04.30 By바람의종 Views8692
    Read More
  15. 패수와 열수

    Date2008.04.29 By바람의종 Views10251
    Read More
  16. 각시취

    Date2008.04.29 By바람의종 Views7104
    Read More
  17. 터물·더믈

    Date2008.04.28 By바람의종 Views7840
    Read More
  18. 예비

    Date2008.04.28 By바람의종 Views7522
    Read More
  19. 모시는 글

    Date2008.04.27 By바람의종 Views17100
    Read More
  20. 공암진

    Date2008.04.27 By바람의종 Views7581
    Read More
  21. 솔체꽃

    Date2008.04.26 By바람의종 Views7628
    Read More
  22. 오마대·기림대·오고타이

    Date2008.04.26 By바람의종 Views7610
    Read More
  23. 설둥하다

    Date2008.04.25 By바람의종 Views6958
    Read More
  24. 위례성과 아리수

    Date2008.04.24 By바람의종 Views8724
    Read More
  25. 나비나물

    Date2008.04.24 By바람의종 Views579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