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17 23:53

인사말

조회 수 7292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인사말

인사말이 복잡한 듯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관혼상제를 비롯한 큰일들이 잦을 뿐이지 말이 복잡한 게 아닌데다, 요즘은 어려운 한자말도 거의 쓰지 않고, 토박이 인사말은 삶의 바탕을 헤아려 짚는 까닭에 무척 진솔하다.

아침에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평안히 주무셨습니까?” 하면 “잘 주무셨는가? 잘 잤니?” 한다. 늦은 아침에는 “진지 드셨습니까? 아침 잡수셨습니까? 아침 드셨나? 밥 먹었나? …” 한다. 때에 따라 아침 대신 ‘점심·저녁’을 바꿔 말하면 그만이다.

‘밥 인사’를 낡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잖다. 우리가 언제부터 배불리 살았다고? 일부러 끼니를 거르는 이도 있다지만 이만한 인사말보다 나을 게 따로 있을 성싶지 않다. 그럭저럭 이런 인사말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로 단순해지고 있다. 거의 사무·의례적인 인사말, 한국의 대표적인 인사말로도 굳어진 듯하다. ‘안녕’만 따로 떼 만나고 헤어질 때 두루 쓴다. 그렇다고 ‘반가워!’나 ‘잘 가! 또 봐!’ 들보다 낫다는 말은 아니다.

일터에서도 ‘안녕하십니까’면 통하는데, “일찍 나오셨습니다! 벌써 나오셨습니까? 좀 늦었습니다, 이제 나오십니까? …”로, 이웃을 만나거나 일터 밖에서는 “어디 가십니까? 들에 나가십니까? 어디 갔다 오십니까? …”처럼 때와 곳에 따라 말을 맞추어 쓴다. “아, 반갑네! 저기 갔다 오는 길일세! 별일 없는가? 여긴 웬일인가?”에 이르면 깊이 소통하는 수준이 된다.

인사는 가볍게 주고받고 넘어가는 버릇말이고, 절·악수·눈인사로 대신할 수도 있지만, 빠지면 사달이 난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까닭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52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18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6073
3150 일타강사, ‘일’의 의미 風文 2022.09.04 1503
3149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風文 2022.09.14 1503
3148 ‘부끄부끄’ ‘쓰담쓰담’ 風文 2023.06.02 1503
3147 오염된 소통 風文 2022.01.12 1504
3146 대화의 어려움, 칭찬하기 風文 2022.06.02 1510
3145 한글의 약점, 가로쓰기 신문 風文 2022.06.24 1512
3144 성인의 세계 風文 2022.05.10 1513
3143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風文 2023.10.18 1513
3142 노랗다와 달다, 없다 風文 2022.07.29 1518
3141 방방곡곡 / 명량 風文 2020.06.04 1522
3140 개양귀비 風文 2023.04.25 1524
3139 형용모순, 언어의 퇴보 風文 2022.07.14 1527
3138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風文 2022.09.03 1531
3137 마라톤 / 자막교정기 風文 2020.05.28 1533
3136 콩글리시 風文 2022.05.18 1535
3135 괄호, 소리 없는, 반격의 꿔바로우 風文 2022.08.03 1535
3134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535
3133 내 청춘에게? 風文 2024.02.17 1536
3132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1.07 1540
3131 ‘시끄러워!’, 직연 風文 2022.10.25 1540
3130 '넓다'와 '밟다' 風文 2023.12.06 1540
3129 말다듬기 위원회 / 불통 風文 2020.05.22 154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