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05 10:37

한내와 가린내

조회 수 9305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한내와 가린내

<열녀춘향수절가>에는 암행어사 이몽룡이 전라도 초읍인 여산에서 일행을 세 갈래로 나누어 떠나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한 갈래는 진산·금산·무주·용담·진안·장수·운봉·구례로 돌아드는 서리패들의 전라 좌도고, 또 한 갈래는 용안·함열·임피·옥구·김제·만경·고부·부안·흥덕·고창·장성 등을 거치는 중방 역졸패의 우도다. 그리고 한 패는 종사들로 익산·금구·태인·정읍·순창·옥과·광주·나주·창평 등지를 거치도록 하였다. 자신은 헌 파립과 망건을 의뭉하게 차리고 삼례를 거쳐 완산 팔경을 구경하며 남원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암행어사가 거쳐 간 땅이름 가운데 “한내 쥬엽졩이, 가린내 싱금졍, 숩졍이, 공북누”가 있다. 얼핏 보기에는 쥬엽졩이, 싱금졍, 숩졍이도 땅이름처럼 보이나 이들은 ‘공북누’와 함께 정자이거나 누각임이 틀림없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 나오는 ‘한내’와 ‘가린내’다. ‘한내’는 ‘크다’의 뜻을 지닌 ‘한’에 ‘내’가 붙은 말로 ‘대천’에 해당한다. 지금의 대천은 충남 보령이므로 춘향가에 나오는 대천과는 관련이 없다. 달리 말해 ‘큰 내’를 뜻하는 ‘한내’도 보편적으로 널리 쓰인 땅이름이다.

‘가린내’는 ‘한내’와는 대립적인 뜻을 갖는 말이다. 이 말은 ‘가늘다’의 다른 형태인 ‘가ㄹ.다’(‘가루’의 어원)에 ‘내’가 붙은 말이다. 곧 ‘가는내’ 또는 ‘가ㄹ.ㄴ내’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런 뜻의 ‘가린내’는 제주도 한림읍 금악리에도 있다. 비슷한 형태로 좁고 가는 골짜기를 뜻하는 ‘가는골’도 산골 마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04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51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446
3172 공적인 말하기 風文 2021.12.01 1372
3171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風文 2022.09.24 1372
3170 지슬 風文 2020.04.29 1374
3169 온나인? 올라인? 風文 2024.03.26 1376
3168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378
316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風文 2022.01.13 1384
3166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風文 2022.09.14 1384
3165 ‘부끄부끄’ ‘쓰담쓰담’ 風文 2023.06.02 1384
3164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風文 2022.11.18 1385
3163 사수 / 십이십이 風文 2020.05.17 1389
3162 지긋이/지그시 風文 2023.09.02 1389
3161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風文 2023.06.27 1391
3160 오염된 소통 風文 2022.01.12 1393
3159 성적이 수치스럽다고? 風文 2023.11.10 1393
3158 혼성어 風文 2022.05.18 1394
3157 지식생산, 동의함 風文 2022.07.10 1395
3156 주권자의 외침 風文 2022.01.13 1398
3155 내 청춘에게? 風文 2024.02.17 1398
3154 노랗다와 달다, 없다 風文 2022.07.29 1399
3153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風文 2022.05.26 1400
3152 '마징가 Z'와 'DMZ' 風文 2023.11.25 1400
3151 배레나룻 風文 2024.02.18 140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