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20 02:35

진고개와 긴고개

조회 수 7481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진고개와 긴고개

얼마 전 독자 한 분이 전화를 주셨다. 그분의 말씀은 서울 중구의 ‘이현’(泥峴)이 ‘진고개’인데, 이 고개 이름은 ‘길다’에서 온 말 아니냐는 말씀이었다. 땅이름 변화 과정에서 우리말의 특성이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박형상 변호사님 말처럼 ‘진고개’는 질척질척한 ‘진흙’(泥) 고개가 아니라 ‘기다랗다’는 ‘긴 고개’에서 온 말이다. 우리말에서 ‘ㄱ’이 ‘ㅈ’으로 변화하는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난다. ‘기름’이 ‘지름’으로, ‘길’이 ‘질’로, ‘깁다’가 ‘집다’ 따위로 소리난다. 전남 장흥의 ‘이동’(泥洞)이 ‘진골, 진골목’으로 불리는 것이나 강원도의 여러 ‘진부령’이 구불구불한 긴 고개를 뜻하는 것은 ‘길다’가 ‘질다’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처럼 사람이 지나는 길이나 고개·섬 등에 ‘길다’가 붙어 형성된 땅이름은 숱하다. 전남 영암의 ‘진섬’은 ‘긴섬’이다. 이 섬은 ‘지네섬’이라고 불린 적도 있는데, ‘길다’의 다른 형태일 뿐이지 동물인 ‘지네’와는 상관이 없다. 작은 마을을 뜻하는 ‘지단말’이나 ‘지뎀말’ 등도 ‘길다’의 고장말인 ‘지다랗다’, ‘지뎀하다’가 붙어 형성된 이름들이다. ‘지다랗다’는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는 말이며, ‘지뎀하다’ 또는 ‘지덴하다’는 최학근의 <전라남도방언연구>(1962)에 나타나듯이 전라 방언이다.

이처럼 땅이름의 이형태를 살피면 우리말 땅이름이 한자말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의미가 엉뚱한 말로 변한 것들이 많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69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15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096
2974 진정서 바람의종 2009.07.16 6293
2973 진저리 바람의종 2007.03.28 8025
2972 진작에 바람의종 2010.03.07 7591
2971 진이 빠지다 바람의종 2008.01.30 14443
2970 진안주 바람의종 2010.10.30 14037
2969 진보적 바람의종 2009.11.19 9467
2968 진무르다, 짓무르다 바람의종 2010.07.21 19899
2967 진면목 바람의종 2012.10.09 10312
2966 진력나다, 진력내다 바람의종 2011.12.28 13364
» 진고개와 긴고개 바람의종 2008.03.20 7481
2964 진검승부 바람의종 2010.05.11 8107
2963 진, 데님 바람의종 2010.05.07 10523
2962 직통생 바람의종 2008.03.31 7122
2961 직업에 따른 영웅 칭호 바람의종 2010.03.16 12802
2960 직성이 풀리다 바람의종 2008.01.30 14940
2959 직빵, 약방문 바람의종 2011.12.13 10683
2958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261
2957 지향, 지양 바람의종 2008.12.11 10861
2956 지향 바람의종 2007.08.22 6633
2955 지하철 바람의종 2007.08.21 8027
2954 지프와 바바리 바람의종 2008.04.19 8649
2953 지천에 폈다 바람의종 2011.11.16 1043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