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발톱꽃
풀꽃이름은 보통 예쁘고 순한데, ‘매발톱’ 같은 겁나는 이름도 있다. ‘매발톱’의 존재는 1990년대 초 한-중 수교 이후 백두산 생태를 관찰한 식물 애호가들 덕분에 널리 알려졌다. ‘매발톱꽃’이라는 이름은 꽃잎 뒤쪽에 있는 ‘꽃뿔’이라고 하는 꿀주머니가 매발톱처럼 생긴 것에 말미암은 것이다. 하늘과 맞닿은 높은 곳에 피어 ‘하늘매발톱’, 산골짝에 피어 ‘산매발톱/ 골짝발톱’, 한자말로 ‘누두채’(漏斗菜)라고도 한다. 풀꽃이 아닌 ‘매발톱나무’는 다른 종류인데, 줄기에 날카롭고 긴 가시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오늘날 매를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마는 동물과 식물이 하나로 이어졌던 옛사람들의 통합적 자연을 그 이름에서 본다. 매발톱이 오므리며 꽃으로 내려앉고, 꽃은 발톱을 세우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 ….
매발톱의 뾰족한 꽃뿔을 보면서 ‘무얼 잡으려고 허공을 움켜쥔 채 / 내려놓을 줄 모르느냐 / 그렇게 손톱 발톱을 치켜세운다고 / 잡혀지는 허공이더냐’는 글(김승기 시 ‘매발톱’) 구절을 되새겨 본다. 한때는 허공마저 움켜잡자는 치열한 삶이었으나 결국은 손발톱 매섭게 세운 일의 무의미를 깨닫게 되는 삶이 매발톱처럼 두렵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4931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1535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6507 |
3194 | 도긴개긴 | 風文 | 2023.05.27 | 1448 |
3193 | 쌤, 일부러 틀린 말 | 風文 | 2022.07.01 | 1449 |
3192 | 벌금 50위안 | 風文 | 2020.04.28 | 1450 |
3191 | 사수 / 십이십이 | 風文 | 2020.05.17 | 1456 |
3190 | 공적인 말하기 | 風文 | 2021.12.01 | 1456 |
3189 | ‘~스런’ | 風文 | 2023.12.29 | 1458 |
3188 | 세로드립 | 風文 | 2021.10.15 | 1462 |
3187 | 가족 호칭 혁신, 일본식 외래어 | 風文 | 2022.06.26 | 1463 |
3186 | ‘이’와 ‘히’ | 風文 | 2023.05.26 | 1464 |
3185 | 살인 진드기 | 風文 | 2020.05.02 | 1465 |
3184 | 주권자의 외침 | 風文 | 2022.01.13 | 1467 |
3183 | ‘파바’와 ‘롯리’ | 風文 | 2023.06.16 | 1468 |
3182 | 아카시아 1, 2 | 風文 | 2020.05.31 | 1469 |
3181 |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 風文 | 2022.07.07 | 1469 |
3180 | “힘 빼”, 작은, 하찮은 | 風文 | 2022.10.26 | 1469 |
3179 | 인쇄된 기억, 하루아침에 | 風文 | 2022.08.12 | 1470 |
3178 | 무술과 글쓰기, 아버지의 글쓰기 | 風文 | 2022.09.29 | 1470 |
3177 | 이름 짓기, ‘쌔우다’ | 風文 | 2022.10.24 | 1471 |
3176 |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 風文 | 2022.01.13 | 1474 |
3175 | 영어 공용어화 | 風文 | 2022.05.12 | 1475 |
3174 | 외부인과 내부인 | 風文 | 2021.10.31 | 1478 |
3173 | 올가을 첫눈 / 김치 | 風文 | 2020.05.20 | 14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