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03 03:14

물과 땅이름

조회 수 7984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물과 땅이름

물은 어느 시대 어느 곳이나 생명과 다름이 없다. 땅을 기름지게 하고, 곡식을 자라게 하며, 늘 새로운 생명을 싹틔우는 바탕이 물이다. 흔히 종교 행사로 치르는 ‘세례’ 또한 인간의 죄를 씻어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균여전>의 ‘항순중생가’에도 ‘대비 물로 적시어 이울지(시들지) 아니하겠더라’라는 시구가 나온다.

땅이름에 물과 관련된 것은 매우 많다. ‘물’의 옛말은  였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수성군’(매홀군), ‘매소홀현’(미추홀), ‘수곡성현’(매탄홀), ‘이천현’(이진매현)에 포함된 ‘매’(買)는 모두 ‘물’을 표기한 보기들이다. 그런데 이 낱말의 음은 산을 나타내는 ‘뫼’와 유사하며, 들을 나타내는   와 같다.

여기에서 우리는 ‘물’을 뜻하는  가, 산이나 들의 ‘뫼’와   처럼 ‘미’로 변화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그런데 이 낱말은 ‘미’로 변화하지 않고, ‘믈’을 거쳐 ‘물’로 변화한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해답은 언어 변화의 기능 부담과 관련지어 풀이할 수 있다. 달리 말해, 하나의 낱말 형태가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담당할 경우, 서로 다른 꼴로 나타내는 것이 효율적이므로, ‘산’과 ‘들’, 그리고 ‘물’을 모두 ‘미’로 일컫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와는 달리 ‘나리’에서 온 ‘내’는 오랫동안 땅이름에 남는다. 예를 들어 ‘모래내’, ‘연신내’, ‘오목내’처럼, 물줄기를 뜻하는 ‘내’는 오늘날에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땅이름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703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356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8561
3282 ‘강한 바람’만인가? 바람의종 2007.10.27 6996
3281 ‘개덥다’고? 風文 2023.11.24 1341
3280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風文 2024.01.09 1389
3279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風文 2022.09.24 1240
3278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風文 2023.10.13 1416
3277 ‘경우’ 덜쓰기/최인호 바람의종 2007.04.25 6915
3276 ‘고마미지’와 ‘강진’ 바람의종 2008.04.08 8058
3275 ‘곧은밸’과 ‘면비교육’ 바람의종 2010.04.26 10235
3274 ‘괴담’ 되돌려주기 風文 2023.11.01 1438
3273 ‘그러지 좀 마라’ 바람의종 2010.02.07 7743
3272 ‘기쁘다’와 ‘즐겁다’ 바람의종 2007.09.29 12183
3271 ‘긴장’과 ‘비난수’ 바람의종 2010.03.30 17870
3270 ‘김치’와 ‘지’ 바람의종 2007.09.22 6864
3269 ‘꾹돈’과 ‘모대기다’ 바람의종 2010.05.09 13457
3268 ‘끄물끄물’ ‘꾸물꾸물’ 風文 2024.02.21 1278
3267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風文 2022.07.07 1265
3266 ‘내 부인’이 돼 달라고? 風文 2023.11.01 1007
3265 ‘넓다´와 ‘밟다´의 발음 바람의종 2010.08.15 22650
3264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1160
3263 ‘달 건너 소식’과 ‘마세’ 바람의종 2010.05.31 10729
3262 ‘당신의 무관심이 …’ 바람의종 2008.04.02 6488
3261 ‘대틀’과 ‘손세’ 바람의종 2010.05.28 1367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