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05 00:30

호박고지

조회 수 9572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호박고지

햇볕이 따사로운 철이면 어머니의 손길이 바빠진다. 겨울에 먹을 마른 음식과 밑반찬 준비 때문이다. 겨우내 먹을 밑반찬으로 고추도 말려야 하고, 깻잎도 절여야 하고, 또 호박과 가지와 무를 얇게 썰어 햇볕에 말려두어야 한다. 무와 가지를 말린 것을 표준어로는 ‘무말랭이’, ‘가지말랭이’라고 하고, 호박을 말린 것은 ‘호박고지, 호박오가리’라고 한다.

‘오가리’는 ‘오글다, 오그라지다’와 관련된 낱말로, 고장에 따라 ‘우거리, 우가리, 와가리, 왁다리’로 발음한다. ‘고지’는 ‘고지, 꼬지’로 많이 쓰고, ‘고지’에 접미사 ‘-아기, -앙이’가 연결되어 만들어진 ‘고재기, 꼬쟁이’의 형태도 보인다. ‘오가리’와 ‘고지’가 뜻이 비슷한 까닭에 두 말이 섞이면서 ‘우거지, 고자리’의 형태로도 쓰인다. 제주도에서는 ‘말랭이’를 많이 쓴다. 지역에 따라서 ‘꼬시래기, 속씨래기, 쪼가리’로 쓰는 경우도 있다.

무말랭이는 양념을 해서 반찬을 만들면 졸깃한 느낌 덕분에 마치 고기를 씹는 듯하다. 가지말랭이나 호박고지는 겨울철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나물을 무치거나 탕을 하면 그 맛이 일품이다. 특히 이렇게 말려 놓은 무말랭이나 호박고지 등은 정월 보름날에 나물로 많이 쓴다. 가을철, 따사로운 햇볕을 그냥 보내기 아깝다. 애호박을 얇게 썰고 가지를 길게 썰어, 채반에 널어서 말리는 풍경이 그립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406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067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5391
3348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1467
3347 깻잎 / 기림비 1 風文 2020.06.01 1468
3346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1468
3345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風文 2022.07.26 1474
3344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1475
3343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1476
3342 북혐 프레임, 인사시키기 風文 2022.05.30 1477
3341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風文 2022.06.10 1477
3340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479
3339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1479
3338 역사와 욕망 風文 2022.02.11 1480
3337 짧아져도 완벽해, “999 대 1” 風文 2022.08.27 1480
3336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1480
333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1481
3334 조의금 봉투 風文 2023.11.15 1481
3333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1482
3332 연말용 상투어 風文 2022.01.25 1485
3331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風文 2022.09.05 1485
3330 주어 없는 말 風文 2021.11.10 1488
3329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490
3328 말과 상거래 風文 2022.05.20 1495
3327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149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